[임연희]대전시가 아쿠아월드 실패하지 않으려면

  • 오피니언
  • 미디어의 눈

[임연희]대전시가 아쿠아월드 실패하지 않으려면

[중도시감]임연희 인터넷방송국 취재팀장

  • 승인 2012-05-17 14:09
  • 신문게재 2012-05-18 21면
  • 임연희 인터넷방송국 취재팀장임연희 인터넷방송국 취재팀장
▲ 임연희 인터넷방송국 취재팀장
▲ 임연희 인터넷방송국 취재팀장
경매절차를 밟고 있는 대전 아쿠아월드를 대전시가 인수하겠다더니 운영 후 5년이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깜짝 놀랄 용역결과를 내놨다. 대전도시공사가 대전발전연구원에 의뢰한 대전아쿠아월드 운영타당성 검토 용역결과를 보면 초기 투자비를 대전시가 보전하는 것을 전제로 2013년부터 정상 운영했을 경우 5년 후인 2018년에는 흑자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정상운영 첫해 관람객 수는 42만 명으로 예측됐으며 관람료도 현재 1만7500원에서 대폭 내린 1인당 평균 1만원으로 계산했다. 지난달 대전시가 아쿠아월드 인수 인사를 밝히며 염홍철 시장이 운영에 자신 있다고 한 후 나온 용역결과여서 관심을 끈다. 시민 입장에서는 좋은 교육문화시설을 갖는데다 흑자를 내 시 재정에 보탬이 된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대전의 대표적 근대건축물인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이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서도 매입에 난색을 표하던 시가 아쿠아월드 인수에 기민하게 나서는 것은 좀 의아스럽다. 아쿠아월드 인수에는 100억 원 가까이 드는데 비해 산업은행 대전지점은 최근 4차 55억6230만원에도 응찰자가 없었다. 이 건물도 아쿠아월드 못잖은 소중한 대전의 문화자원인데 말이다.

근대문화재의 보존과 활용보다는 당장 원도심 활성화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보더라도 대전시의 아쿠아월드 청사진이 실현가능하려면 몇 가지 생각해 볼 문제들이 있다. 원도심 활성화와 상인들의 생존권, 희귀물고기 보호 같은 명분에 떠밀려 무리하게 진행하다보면 또다시 실패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쿠아월드 인수에 앞서 치밀한 사업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용역결과처럼 연 42만명의 관람객이 들어와 5년이면 흑자로 돌아선다는 단순계산만으로는 곤란하다. 2009년 아쿠아월드 조성당시 대전발전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연간 80만명의 관람객이 지역을 찾아와 2382억원의 경제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었다. 그런데도 이 지경이 되지 않았나.

시는 사업적 타당성은 충분한지, 과다한 수요예측은 없는지 따져본 뒤 예산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해 전략적으로 인수작업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축구장 2배반 크기의 아쿠아플라넷이 여수세계박람회에서 '국내최대 규모'라고 홍보하는데 대전 아쿠아월드가 진짜 국내최대인지, 다른 지역을 능가하는 볼거리가 있는지, 전국적 명소가 될 수는 있을지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교통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용역결과처럼 아쿠아월드가 흑자시설이 되려면 연 42만명이 관람해야하는데 이 사람들을 수용하려면 교통영향평가부터 제대로 이뤄져야한다. 2010년 12월31일 개장 후 첫 일요일에 7만 명, 평일에 3만명의 관람객이 몰렸는데도 보문산은 물론 대전도심까지 아수라장이 됐었다. 좁은 진입로와 부족한 주차시설에 대한 확실한 대책 없이 섣불리 관람객 42만명 운운할 게 아니다.

아쿠아월드가 전국적 명소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연간 수십만명이 아쿠아월드를 찾아 수천억원의 경제유발효과를 발생시켜 원도심 활성화와 지역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부풀리기용 장밋빛 청사진 말고 실현가능한 구체적 계획이 마련되어야한다. 시는 실질적 수요창출과 교통처리 대책, 주변시설과의 연계 방안을 내놔야 한다.

동물원과 식물원, 놀이시설을 갖춘 오월드는 1년에 몇 차례씩 갈 수 있겠지만 대전시민들이 아쿠아월드를 1년에 서너 번씩 갈지는 모르겠다. 서울, 대구, 부산, 여수, 울진 등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아쿠아리움이 많은데 전국단위 관람객이 물밀듯 밀려올지도 의문이다. 교육적 공간인 만큼 볼거리가 풍부하고 접근이 편리해야하며 전시내용에 대한 업그레이드도 필수니 관리운영비도 적잖이 들어갈 것이다.

아쿠아월드는 기업주의 무리한 사업추진과 편법ㆍ특혜를 두려워하지 않은 전임 단체장들의 과욕이 빚어낸 실패작이다.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전시가 팔 걷고 나서는 것은 좋지만 덥석 매입만 해놓고 감당 못한다면 제2의 아쿠아월드 사태가 뻔하다. 대전의 역사ㆍ문화적 가치를 담은 근대건축물 보존보다 민간상업시설인 아쿠아월드 살리기를 택한 대전시는 아쿠아월드를 왜, 어떻게 살려낼지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