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복남 충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
2007년 제정된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에 따라 만들어진 세계인의 날은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정한 날로 이 날이 포함된 한 주간을 세계인 주간으로 정해 각종 기념식과 나라별 축제를 개최한다.
이 날이 가지는 의미는 문화다양성과 인권과 자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명칭도 다르고 날짜도 다르지만 취지에서 세계인의 날은 사실상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5월21일)'과 다르지 않다. 그 배경에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완전한 실현을 위한 문화다양성의 중요성 등을 천명한 협약인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문화다양성 협약을 비준한 것은 2010년이다. 이것은 우리가 문화다양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음을 의미하며 국가는 조약이 명시하고 있는 문화다양성 보장과 인권과 자유 등의 보편적 가치를 국내에서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인권관련 조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얼마 전에 제정된 충남도의 도민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5월 10일 제정)는 도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데 외국출신 이주민 역시 도민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 조례는 학교나 언론, 인권단체를 통한 인권의 보호와 증진 활동 지원 등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인권과 관련된 여러 선언이나 조약, 법 등에 명시되어 있는 사항인 인권증진을 위한 교육과 홍보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만일 인권센터 설치나 인권교육 등의 노력이 성과를 거둔다면 지역의 인권이 증진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자살률, 우울증 경험 같이 부정적 지표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충남에 매우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특히, 외국출신 이주민 비율이 높은 충남에서는 이주민과 원주민의 상호간 문화존중과 이해를 통한 지역화합이나 외국인주민의 인권증진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인권 조례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
그런데 이러한 조례제정으로 지역의 인권증진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편적인 인권법 혹은 평등법, 차별금지법 등 국가차원에서 집행력을 갖는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시행하는 인권관련 조례가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주민 내지 이주민 인권증진 관련 조례들의 경우, 공공과 민간차원의 협력에 의해 실질적으로 인권증진 성과를 거두기에는 여전히 적지 않은 어려움들이 있다고 한다.
충남의 조례 역시 다른 지역 인권관련 조례 시행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실제로 효과를 크게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조례를 제정하여 취지대로 정책을 집행하려는 도의회와 지자체의 강한 의지가 필요한 한편, 민간단체와 지역 언론, 다양한 집단의 지역주민 등 각계각층의 지속적 관심과 협력이 이루어질 때만 그러한 우려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인의 날, 다문화 주간을 앞두고 있다. 이번 5월 충남에서는 도민 인권증진 조례가 제정되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이 조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시행되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올 해 5월이 인권증진 도약의 시점, 특히 지역에서 문화다양성이 보다 잘 실현되고 이주민 인권이 더욱 신장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100개가 넘는 다양한 나라들에서 온 이주민들이 더불어 살고 있는 충남에 다채롭고 향기로운 문화의 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