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왕중추는 중국 장시성 주장 출신으로 사범대학을 나와 7년여 간 중학교 국어 교사와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1992년 덩샤오핑이 광둥성 일대를 돌며 개혁개방 정책을 강조한 남순강화를 접하고 깨닫는 바가 있어, 돌연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기업체로 뛰어 들었다. 홍콩 헝야, 칭화등팡, 타이하오커지 등 중국 유수의 기업을 평직원에서부터 시작해 지역 매니저와 지사장, 마케팅 총괄과 사장 등을 거치며 마케팅과 경영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치오하대 비즈니스스쿨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 왕중추 저 |
최근에 입사한 기업의 신입사원들은 허드렛일을 아주 싫어한다고 한다. 물론 고학력에 피나는 경쟁을 뚫고 들어온 입장에서 커피를 타고 복사하는 이러한 허드렛일은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허드렛일에서도 업무의 성공과 실패, 나아가 기업의 성패에도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순 복사의 경우에도 디테일의 힘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과는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은 복사하면 용지를 넣고 복사 버튼만 누를 줄 알지 복사기에 달려 있는 수많은 버튼들을 일일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선배 사원들에게 복사기의 기능을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라고 한다. 복사기는 커녕 회사 업무에 쓰이는 수많은 버튼들이 달려 있는 전화기도 그렇고 팩스도 그렇다. 팩스를 보낼 때 상대방이 받았을 때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고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가 가진 서류 원본을 그냥 보내는 사람도 있다. 물론 대부분은 후자일 것이다.
컬러 문서는 팩스로 보내어질 때 흑백으로 전환되므로 강조하거나 색을 넣은 도표들은 가독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글씨 크기가 작은 문서들은 해상도 낮은 팩스의 프린팅 때문에 아예 읽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최근에는 이메일과 전자문서가 발달되어 팩스 이용의 빈도수가 감소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클릭 한 번 잘못하여 혹은 파일 첨부를 실수하여 당혹스러운 결과를 맞이한 경험은 대부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팩스 버튼 잘못 눌러서, 혹은 첨부 파일이나 상대방의 이메일 주소를 잘 못 기입해 회사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하니 얼마나 사소한 일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 있는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기업 경영 일선에서는 100-1=99가 아니라 100-1=0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이후 우리는 성공, 성과 위주의 성장주의 중심의 경제 전략을 채택해왔다. 이는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기업 측면에서 최우선으로 삼아왔던 전략이고 심지어 개인적인 자기 경영 분야에서도 디테일한 것 보다는 겉으로 크게 보이는 것들을 중시하는 자세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교육 정책 같은 공공 정책 등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것들을 계속 놓치다 보니 그 결과 IMF 사태를 맞이하고 그 후 수많은 기업들이 쓰러지고 구조조정 회오리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현재도 그 상처를 완전히 치유해내지 못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교육 정책, 공공 정책의 실패에서 오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 또한 사회적으로 대충하기 혹은 외양 중시의 분위기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많은 기업들과 정부가 내놓는 전략이나 정책들은 훌륭하고 비전도 화려하다. 하지만 개인, 기업 그리고 국가의 성패는 바로 '디테일'에 있다. 실패한 기업들의 이면을 살펴보면 전략적인 실패의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디테일한 부분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략상의 실수도 따지고 보면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오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다. “효과적인 혁신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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