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과거 없는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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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과거 없는 미래는 없다

[목요세평]김원배 목원대 총장

  • 승인 2012-05-16 14:20
  • 신문게재 2012-05-17 20면
  • 김원배 목원대 총장김원배 목원대 총장
▲ 김원배 목원대 총장
▲ 김원배 목원대 총장
3년 1개월간 계속된 한국전쟁의 처참한 동족상잔 비극으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반세기만에 세계 10대 무역대국이 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발돋움시킨 이들은 산업화 세대로 분류되는 우리들의 부모님들이다.

이렇듯 맨 주먹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주역들을 우리 사회에서는 어른으로 공경하기는커녕 홀대하기까지 하는 사회현상이 우리 주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한 심정이다.

부모를 공경하는 우리 민족의 우수한 전통은 세계에 당당히 자랑할 만한 유산으로 앞으로도 여전히 유효하게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서양문물이 들어오고 핵가족화가 빨라지면서부터 이 아름다운 전통 문화유산이 사라지고 있다. 나이든 부모가 가정에서 조차 소외를 당하고 영향력까지 잃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자식이 부모를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만연되고 있다. 전통 가정이 위기를 맞고 있는 이 같은 상황을 가정의 달인 5월을 보내면서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과제로 다시금 되새겨 봐야할 때인 것이다.

중국의 고사에는 늙은 말의 지혜를 뜻하는 '노마지지(馬之知)'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옛날 제(濟)나라의 환공이 군대를 일으켜 이웃나라를 침략하였을 때, 전쟁기간이 길어져 혹독한 겨울을 만난 관계로 중도에 공격을 포기하고 환공의 군대는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그러나 귀국길에 제나라 군대는 급히 서두르다 혹한 속에 숲 속에서 길을 잃어 버렸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재상인 관중(管中)이 지혜를 짜내어 늙은 말 한 마리를 끌어다 고삐를 풀어 군대가 말의 뒤를 따르게 함으로써 무사히 숲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고사는 관록과 경험이 풍부한 노인의 지혜를 이용하자고 할 때 사용되는 말인데, 어버이날을 보내면서 소외되고 있는 주위의 노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이 될 것 같아 인용해 보았다.

요즘 소위 말하는 위ㆍ아래가 없고, 부모들이 소외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나이 먹은 말의 지혜를 이용하자는 중국의 고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시시할 정도로 비록 컴퓨터를 모르고 몇 마디의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우리 사회의 원로들이지만 분명히 그들은 옛날 우리사회의 보릿고개를 물리친 주인공들이고, 우리사회를 근대화 사회로 바꾼 장본인들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과거의 가난을 현재의 풍요로, 그리고 미래의 안정된 사회에서 우리를 살게 해 줄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고리인 셈이다.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마음속에 뭉클한 감정을 남겨 주신 필자의 어머니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2002년 4월 15일 중국국제항공공사소속 여객기가 경남 김해시의 야산 기슭에 추락한 사건이 있었다. 밤 11시가 넘어 고향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비행기를 타지 말라는 염려 섞인 전화를 받았다. 이날 어머니는 여객기 추락현장을 TV로 보시면서 가끔 외국에 다니는 자식 생각이 나서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셨던 것이었다. 어머니 눈에 보이는 나의 모습은 당신의 품안에서 어리광 부리던 10대 소년인 것이다. 내가 아무리 성공을 하고 딴에는 걱정이 없다고 큰 소리를 치지만 어머니의 눈에 보이는 나의 모습은 연못가에 뛰노는 어린아이로 보일 뿐이다.

우리 어머니가 나를 생각하는 것과 같이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을 이와 같이 생각하고 계실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우리 모두의 부모들이고, 그들은 우리들을 염려하고 계실 것이다. 지나치게 지식에만 의존하지 말고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한 지혜도 중시되어 옛것과 새것이 한데 어우러져 가능한한 시행착오가 적게 범해지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지식 위주로만 될 때 전통사회의 가치관은 쉽게 무너질 것이며, 고령화 사회를 재촉함으로써 세대 간 갈등의 골은 더더욱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간절히 바라건대 우리 모두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부모들을 소외시키지 말고 그들의 사랑과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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