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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훈 전CBS상무, 중문노인복지센터장 |
그런데 말이 문제다. 성경에서 최초의 인간이라 하는 아담과 하와는 뱀의 간사한 말에 사기를 당하여 선악과를 따먹었고 그 벌로 낙원인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말 한마디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때론 비수가 되어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그래서 말은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정부와 공직자, 그리고 정치인들의 말은 엄청난 파급이 있기에 신중하고 정직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해 국민들은 번번이 실망하게 된다.
최근 불거진 미국 광우병 발생소식을 들으며 4년 전 국무총리 담화로, 또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는 오히려 “위험성이 없고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며 미국산 쇠고기의 유해 여부를 떠나 국민 앞에 정직하지 못한 정부에 화가 치민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자금계좌에 대해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큰소리치더니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할 때는 “문제의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당연히 후회한다”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족에게도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말해 의아했는데 며칠 지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20억원 차명계좌를 말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또 정직이 생명인 통합진보당은 왜 이런가. 부정선거가 명백히 있었다는데 아니라고 우기는 모습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과 같아 불쌍하기만 하다. 결국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고 당원이 당대표를 폭행하는 참담한 사태까지 이르렀고 그들 말대로 '유치찬란'한 모습만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이렇게 신뢰를 받아야 할 사람들의 말을 믿을 수 없으니 '나꼼수'같은 막말도 서슴지 않는 팟캐스트가 인기를 끌게 되는가보다.
'나꼼수'의 방송 내용은 대통령의 정치행태를 비꼬거나 보수 진영에 대해 불거진 의혹들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개그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워 말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젊은이들에게 번질 것 같아 염려하게 된다.
그런데 그 '나꼼수' 진행자들도 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사람은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 되었고, 또 한사람은 민주당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었으나 과거의 심한 막말로 인해 낙선하였다.
여기서 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말은 분명하고 정직해야하며 듣는 이의 감정을 상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세련된 말은 타인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견은 진정성을 담아 전달해서 서로 만족할 수준에서 합치점을 찾는 것이다. 또 말이 주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말의 기본 기능인 논쟁에 대해 열린 마음, 반대 의견에 대한 이성적 대응 자세 등이 갖추어져야 하며, 타인의 의견이 자신과 다르다고 적대적으로 공격하는 자세는 반드시 버려야 한다.
인생은 좋은 말만 하고 살기에도 너무 짧다. 상냥한 미소와 함께 정다운 말, 남을 칭찬하는 말, 힘을 주고 위로하는 말, 사랑의 말들을 많이 하는 습관을 갖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 그렇게 좋은 말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우리 사회는 보다 성숙한 사회로 변화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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