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마선에 노출되지 않은 애기장대(왼쪽)와 달리 감마선에 노출된 애기장대는 감마선의 세기에 비례해서 생육이 저하돼 육안으로도 감마선 누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우리나라 들판에 흔히 자라는 애기장대가 방사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을 이용, 애기장대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원전 주변 방사선 누출과 농작물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 첨단방사선연구소 김동섭 박사 팀은 애기장대를 감마선에 노출시켰을 때 특정 유전자 4종의 발현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고 애기장대의 RNA 분석을 통해 특정 공간에 자라는 식물의 감마선 노출 여부와 노출 정도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된 기술은 기존의 방사선 측정 지표식물에 비해 식물 생태계가 방사선에 노출됐는지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뿐 아니라 노출 정도까지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거 방사선 지표식물로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청색인 꽃이 염색체 변이로 인해 분홍색이나 무색으로 변하는 자주달개비가 활용됐지만, 특정 자주달개비 품종만 변이를 일으킬 뿐 아니라 해당 염색체를 일일이 조사해야하는 번거로움과 방사선 누적 정도를 측정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번 기술을 애기장대와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는 우리나라 대표 작물 벼에도 접목하고, 감마선 뿐 아니라 이온빔, 우주선 등 다양한 방사선 누출을 탐지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김동섭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선이 식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며 “애기장대를 원전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주변 등 방사선 안전성이 요구되는 지역에서 식물생태계 감시자로 활용하면 원자력 이용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은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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