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캄퐁스푸주에 위치한 충남 해외영농자원 개발의 옥수수 종자 생산기지. 관계자들이 한국산 품종 옥수수의 현지적응 여부를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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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지적한 곡물자급률 50%의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현실적 답은 외국에서 농사를 지어 국내로 들여오는 해외식량기지 뿐이다. 해외에서 직접 생산하는 물량을 언제든지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정부는 그래서 석유 등 자원 분야의 '자주개발률'이란 용어로 '곡물자주율' 개념을 도입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이 대통령이 언급한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6.7%에 불과하다. 곡물 별로는 유일하게 쌀이 100%를 넘는다. 보리쌀은 26.6%, 콩 8.7% 등 극히 낮다. 밀과 옥수수는 각각 0.8%로 아예 1%에도 미치지 않아 수치 자체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쌀은 식생량습관 변환으로 소비가 줄었을 뿐이다. 만약 밀 공급이 부족하다면 쌀의 소비가 늘 수밖에 없어 언제든지 공급부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거나 공급이 부족하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는 이 때문이다.
사료용 곡물은 특히 외국의존도가 심각한 지경이다. 옥수수, 콩 등 국내 배합사료 원료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국제 곡물가격상승은 곧바로 국내 사료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축산농가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국제곡물가격 파동은 주기적으로 일어났다. 1973년, 1981년, 1996년, 2008년 등 곡물가가 폭등한 해에는 이 대통령의 주문처럼 해외식량기지 구축이 추진됐다. 그러나 가격이 안정되면 예외 없이 사업은 중단되거나 포기했다. 학습효과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히면서 변변한 해외농업기지하나 구축하지 못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해외농업개발이 이처럼 부진한 것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장기적 안정적 해외공급선을 확보한다는 사업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장의 성과주의에만 매몰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해외농업관계자들이 조언하는 식량자주화 성공방안의 첫째는 정부(자치단체)의 명확한 의지다. 해외농업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식량자주화는 민간기업들만 등떠밀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대 정부(Government To Government)로 사업이 추진돼야 하는데도 결과적으로 항상 막판에는 민간에 떠맡겨진다는 주장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차원에서 상대국가와 대규모 토지를 장기 임대하고 이를 농어촌공사(지방개발공사) 등 관련부처가 개간해 민간에 재임대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다. 재임대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외국 농지가 투기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이 같은 방법이 중국과 베트남에 의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베트남은 2009년 9월 캄보디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0만㏊ 토지를 임대해 14개 기업에 제공됐다. 임대 지역은 몬돌끼리, 라따나끼리, 캄뽕톰, 크라체, 프레아비히어 등으로 양해각서에 따라 2009년 1만㏊, 2010년 2만㏊, 2011년 3만㏊, 마지막 2012년에는 4만㏊가 조성된다. 중국도 정부 간 협의를 통해 깜퐁참 뿌삿, 캄퐁치낭 3개 주에 걸쳐 32만㏊를 16개 공구로 나눠 개발하고 있다.
특히 대사관과 코트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지적되고 있다. 충남도는 2008년 10월 반티에 미연쩨이주와 5000㏊의 토지를 받아 합작농업법인을 만드는 MOU를 체결하고는 3개월 여만인 2009년 1월에서야 코트라 프놈펜지사와 캄보디아 대사관을 찾았을 정도다. 처음부터 코트라를 찾았다면 캄보디아 해외식량기지사업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데는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충남도는 캄보디에 옥수수를 재배하면 500㏊는 21억원, 1000㏊는 43억원 5000㏊는 230억원의 비용을 예상했다. 국유지 임대비, 개간비, 농기계, 건조장, 비료, 종자, 곡물사이로, 인건비 등 농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10억~20억원 단위로 투자해 성과를 거두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기금을 활용한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토지확보가 관건이다= 2009년 8월 KOTRA 프놈펜사무소는 캄보디아의 국유지 임대 농업투자를 안내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농업투자진출이 늘면서 각종 부작용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때 제시된 잘못된 투자사례 가운데 하나가 충남도 해외농업개발의 캄보디아 진출과 상당히 흡사하다.
캄보디아에서는 국유지 임대방식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토지양여(ELC Ecomomic Land Concession)'라고 하는데 정부가 토지를 개발해 임대하거나 기업이 필요한 토지를 찾아 정부에 제안해 임대권을 획득하는 2가지 방법이지만 후자가 대부분으로 일반적이다.
국유지 임대는 임대하려는 땅을 찾아 농림부에 ELC를 접수하면 기본적인 서류조사(개발제한구역 등) 이후 해당 지역에 조사단을 파견해 해당 지자체와 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관계부처 장관과 국무총리 승인을 거쳐 임대가 이뤄진다.
이어 국가개발위원회(CDC) 승인을 받는데 이 과정에서 세금감면 조건과 소요자재의 면세 등이 결정되며 중앙정부 부처는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이 빠르면 2~3개월, 늦으면 1년 정도 소요된다. 이때 공무원 행정처리 비용으로 ㏊당 300달러의 비공식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본격적인 개방에 나선 캄보디아는 외국에 최장 99년간 농지(국유지)를 임대해주고 있다. 애초 70년이던 임대기간이 늘었다. 장기임대 비용은 ㏊당 200~1000달러로 1회 연장할 수 있다. 농지계약임대는 캄보디아인(51%) 외국투자자(49%)가 공동 설립한 토지소유법인과 정부 간에 이뤄지는데 그 면적은 통상 3000㏊ 이하다.
이 같은 방식의 토지임대는 국가 대 국가의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 현지 유력인사와의 뒷줄 거래는 비용만 터무니없이 올리고 결과마저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해외농업에서 토지사기를 당했다는 대부분이 ELC 등 정상적인 토지거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 그룹이 필요하다=일본은 약 100년 전부터 해외농업을 추진해왔다. 반면 우리의 해외농업은 30년 정도다. 그나마 매번 추진하다 포기하기를 되풀이해왔다. 전문가 그룹이 축적될 토양이 충분하질 않았다. 그나마 일부 해외농업을 추진했던 당사자들은 그들이 품은 식량자주국이란 이상과는 달리 사업실패에 따라 사기꾼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해외농업전문가는 크게 종자와 재배, 지원서비스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통역과 계약, 해외영농법인 운영 등 지원서비스 그룹이 우리에게 가장 취약하다. 충남도는 캄보디아와 농업교류에 전문 통역이 없어 이해관계가 있는 관광가이드가 이를 맡기도 했다.
해당 국가 법률에 대한 서비스는 더욱 취약한 부분이다. 현재는 코트라를 이용한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지만 전문가 육성이 절실하다. 법학전문대학원을 활용한 방안마련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해외농업 관계자들은 전문가 육성을 위해 해외식량기지 사업 관련업체에 대해 방위산업체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군 복부 대신 농업관련 졸업생들을 해외에 근무시켜 전문가로 육성하자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실제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 진출을 위해 농촌 총각들을 선발해 결혼 이주를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충남에만 40세 이상 농촌총각이 4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현지 이주방식의 결혼정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그룹은 아니지만, 농업 실버이민도 해외식량기지 건설에 큰 몫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이를 권장했었다. 2019년이면 국내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15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실버이민은 국내 복지비용을 절감하고 해외식량기지 개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천안=맹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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