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사병 3묘역으로 가는 길은 카네이션보다 붉은 철쭉들이 열병식을 진행하는 군인처럼 도열해 있다. 그 길에서 311번 묘판을 바라보면 사병묘역인데 '철도원'이란 글자가 새겨진 묘비가 있다. 왜 철도원이 사병묘역에서 군인들과 함께 잠들어 계실까.
묘비의 주인은 철도원 고 현재영 기관조사다. 6ㆍ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7월 20일, 김재현 기관사, 현재영ㆍ황남호 두 기관조사와 미군 특공대 33명이 열차를 이용해 미군의 딘 소장을 구출하러 대전역으로 향했다. 옥천역을 통과해 세천 큰 굴다리 인근 양쪽 야산에서 북한군의 총탄이 빗발쳤다. 미군도 일제히 반격을 개시했으나 공방전 1분여 만에 특공대원 10여 명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사했다. 구출작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옥천으로 철수하다가 매복해 있던 북한군의 집중 공격으로 미국 특공대는 1명의 부상자를 제외하고 전원 사망했다.
김재현 기관사도 8발의 총알에 전신이 관통돼 28살의 꽃다운 나이로 숨을 거뒀다. 현재영 기관조사도 북한군의 총탄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2차 구출작전이 추진됐고 신호원이었던 장시경 철도원이 기관사로 투입됐다.
미군 특공대 20명이 목숨을 걸고 적진으로 향했으나 매복 중인 적의 공격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장시경 철도원도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 김재현 기관사는 6ㆍ25전쟁 철도참전전사자로 철도인 최초 서울현충원에 안장됐으며 현재영, 장시경 철도원은 대전현충원에 영면했다.
철도원들은 전쟁기간에 병력과 군수물자, 피란민을 수송하다가 287명이 사망했다. 1950년 7월 '딘' 소장을 구출하고자 세천ㆍ대전지역 전투에 투입됐던 기차가 있다. 미카3 129 증기기관차! 일제 치하에서 처음으로 제작된 증기기관차이며 석탄을 쉴 새 없이 넣어야 움직이는 '칙칙폭폭' 기관차다. 이 기차는 현재 철도청이 보관하고 있는 유일한 증기기관차로 대전 신탄진에 위치한 대전철도 차량관리단에 전시돼 철도참전용사들의 활약상과 전쟁의 아픔을 기리고 있다.
문화재청이 2008년 10월 17일 등록문화재 제415호로 지정했다. 바로 이 기차는 학생과 군인, 시민 등에게 나라사랑 체험교육자료로 활용하고자 6월 25일부터 철도원들이 잠들어 있는 대전현충원에 전시된다. 딘 소장 구출작전에 투입된 이 증기기관차를 보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철도원과 함께 전사한 미군 특공대원들이 떠오른다. 3년 전쟁 기간 중에 3만7000여 명에 달하는 미군들이 이름모를 타국에서 전사했다. 미국의 부모와 가족들은 아들의 죽음에 큰 충격과 비통함을 느꼈을 것이다.
얼마 전 국가보훈처에서 실시한 '유엔 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에서 80세가 훌쩍 넘어 대한민국을 다시 찾은 노병들은 “발전된 대한민국을 보니 나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고 보람차게 말했다.
이제 곧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보훈은 '나라를 보호한다는 호국'과 '공훈에 보답한다는 보훈'이 합쳐진 말로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공이 있는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함으로써 그들의 공로에 대해 감사해 하고 보답하는 것이다.
이번 6월에는 호국영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어려웠을 때 도움의 손길을 주었던 세계 각국의 희생 장병과 유족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우리는 나라를 지키는 '호국정신'을 근간으로 국민의 '보훈의식'을 함양해 이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강건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후세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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