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진섭 KAIST ICC운영부장 |
융합의 방법론에 있어 우리는 흔히 동종(同種)간의 융합과 이종(異種)간의 융합을 기본 틀로 하면서 자신의 분야를 중심에 두고 다른 분야를 끌어들여 융합을 하는 것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인 것 같다. 즉, 자기중심의 융합적인 사고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과 접근방법으로는 보다 개선되고 발전되는 정도까지는 나아갈 수 있어도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개척에 있어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한 융합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접근방식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기중심의 융합을 넘어 완전한 백지상태(zero-base)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학문과 새로운 기술 그리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와 새로운 사람 그리고 새로운 자원들이 투입되고 어우러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이미 자신의 분야와 조직에 속하고 있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중심적이 될 수밖에 없고, 되어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특정분야의 기득권이 없는 창의혁신의 제로베이스 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자기탈피의 과정이 필요하고, 그러한 새로운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는 제반환경의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쩌면 자기혁신의 과정을 통해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왔는지 모른다. 개개인의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축적된 역량을 만들었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한 역량들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세계 경제대국의 대열에 합류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발전과정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이 되어야 하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소위 남을 따라가기는 쉬워도 남을 지속적으로 앞서 나아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러한 상황인식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고, 다양한 방법론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론적인 방향에서는 공감을 하더라도 개별적인 방법론에 있어서는 우리는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새로운 사고와 접근방식을 이야기하면서도 궁극에 가서는 자신이 속한 분야와 자신이 속한 조직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창의혁신의 새로운 길에 도전해보는 용기를 가져보았으면 한다. 이를 위해 과감하게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융합을 이야기해 보는 것이 어떨까! 누구의 기득권도 인정되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도 배제하면서 모두 백지상태에서 우리 주변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인류가 가지고 있는 문제 그리고 세상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진정한 창의혁신융합을 위한 새로운 인재양성의 길도 모색해보았으면 좋겠다. 다양한 분야의 교수와 연구원 그리고 학생들이 모여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나갈 수 있는 교육과 연구시스템을 모색해보고 제반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대학 그리고 연구소와 산업체가 함께 참여하면서 머리를 맞대어 보았으면 한다. 미래는 개별 주체의 역량을 뛰어넘어 함께 어우러지며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융합해나가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일 것이기에 자기중심보다는 나부터 백지상태에서 상대를 받아들여야 새로운 창의혁신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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