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자]당신의 애장품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엄정자]당신의 애장품은?

[문화초대석]엄정자 한국춤무리 대표

  • 승인 2012-05-13 13:24
  • 신문게재 2012-05-14 20면
  • 엄정자 한국춤무리 대표엄정자 한국춤무리 대표
▲ 엄정자 한국춤무리 대표
▲ 엄정자 한국춤무리 대표
아침, 새소리에 눈을 떴다. 아파트에선 경험하지 못하는 이 생경한 아침 정서와 어우러진 쾌적함에 미소를 띤다. 이부자리는 사각소리가 날 정도로 뽀송뽀송 고 희었다. 집에서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누렇게 되는 색상이기에 쉽게 사용하지 못하는 색상 아니던가? 그리고 그렇게 사각소리가 날 정도로 관리 하지도 못하고. 하여 나는 종종 여행을 즐기나 보다. 그렇게 전원생활을 꿈꾸건만 용기가 없어 이루지 못하고 부지런하지 못하여, 그런 쾌적한 여건을 누리지 못함을 가끔 여행 이라는 것을 통하여 충족 시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내 생활 패턴에서 유일한 사치이지 않은가 한다. 명품 백, 명품 옷, 좋은 음식, 뭐 이러한 것들을 취하지 않는 대신 말이다.

물론 내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 아주 가끔씩은 지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곳서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을 읽었다. 얼핏 남자의 물건이라면 상상 되는 것(조금은 민망한)이 따로 있겠지만 그 내용은 남자들의 애장품 이야기였다. 이어령 교수의 3m나 되는 책상, 가수 조영남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크고 네모진 뿔테안경, 저자 김정운 교수의 만년필과 오디오, 그리고 차범근의 독일 선수 시절의 향수가 깃들어 있다는 계란 받침대 등 그러한 내용과 약간의 심리학 측면에서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여자들의 애장품은 무엇인가 라는 데로 관심이 돌려졌다. 우선 나부터는?

무엇을 애장품으로 꼽아야 할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무엇 하나 특별히 애지중지 하는 게 없는 것 같다. 아~ 이런 삭막한 정서였다니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굳이 든다면 먼저 간 그 사람의 안경과 시계, 그리고 넥타이 한 점? 늘 나만이 볼 수 있는 곳에 비치해 놓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그리고는? 그 옷을 입었을 때는 그 머플러 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사를 하든 계절이 바뀌든 꼭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을 보면 머플러들 이라고나 할까? 이번 여행에서도 인디안 핑크의 견과 면이 섞인 머플러 하나를 구입 한 것을 보면 확실히 머플러 욕심은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책을 읽고 나서 출판사와 저자, 밑줄 친 부분들을 옮겨 놓는 노트들?

하여 아주 가끔씩은 꺼내 읽어보며 다시 한번 감동하고 그렇게 책을 읽어라 읽어라 잔소리 하건만 들어 먹지 않는 내 딸을 위해서 그것 하나 만은 소중히 물려주고 싶어 딴에는 (게으른 내가)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노트들이 나의 애장품이라 할 수 있지도 않은가 한다. 그러면서 정말로 애장품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무엇 하나 특별하게 생각 할 만큼 마음을 뺏기는 게 없었다는 것은 그 만큼 살기에 급급했다는 게 아닐까? 아니면 이렇게 여행이든, 사람이든… 다른 것에 마음을 뺏기며 살았다거나. 아무튼 김정운 교수의 애장품 이야기 덕분에 평소 생각지 못한 생활의 한 부분이 건드려 지는 것 같은 여행지에서의 아침 산책길이었다.

다음은 엘렌 코트의 시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이다. 시작하라. 다시 또 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 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들꽃에도 말을 걸고 /달빛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치라/ 죽는 법을 배워두라/빗속을 나체로 달려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 날것이고 /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 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나의 각주: 삶이 풍요로워 지게 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