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슈퍼스타K 3 출신인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는 잔잔한 중독성이 있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밤바다의 풍정에 취한 남자가 이성과 걷고 싶는 심경을 읊조려서일까. 여수엑스포에 '깔맞춤'한 듯 도시를 뒤덮은 이 노래가 샘나는 또 다른 이유에는 대전엑스포 때 '대전 밤거리'나 '대전 야곡' 같은 유행가 한 가락 히트하지 못했다는 뒤늦은 아쉬움도 있다.
노랫말이 암시하듯 어둠을 빛나게 하는 건 '빛'이다. 적당한 화려함과 조도의 빛이 깔린 도시 전체가 뿜는 이미지가 아련한 펜던트 조명이 흔들리는 술집 같다. 야경이 빼어난 도시의 특징이 그렇다. 엔터테인먼트 수도 라스베이거스가 그렇고, 시드니가 그렇다. 중국 최고의 야경에 빛나는 상하이, 동화 같은 야경의 프라하, 환상적인 두바이 등도 야경상품을 뽐내며 지구인의 가슴에 가고 싶은 도시로 각인됐다.
도시 경관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가 조명임을 알아챈 대전시도 경관조명 사업을 펼친다며 현재 현상공모안을 접수 중이다. 고효율 조명을 채택해 쓸 건 쓰고 아낄 건 아끼는 것도 지혜다. 이 사업에서는 특히 도심 야경은 다양한 빛의 집합체임을 상기해야 한다. 천안 천호지처럼 밤경치 좋은 곳이 생기긴 했지만, 지역 도시에서 취약한 구성이 이 '조명발'이다. 구조물과 교량, 조형물, 공원,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조명연출은 부재 상태다.
여수 밤바다, 여수가 뜬 건 메가히트한 대중가요에 힘입은 동반상승만은 아니다. 여수시민들은 스르로 연극 무대의 주인공이 된 듯 조명효과(spotlight)를 즐긴다. 그 자신감으로 나폴리, 리우데자네이루, 시드니, 밴쿠버에 '세계 4대 미항(美港)' 도전장을 냈다. 횟집 상호로만 알고 있는 '여자만(汝自灣)' 갯벌도 물론 관광상품이다. 항구도시 여수는 여수산업단지의 야경까지 놓치지 않는다. 태안 신진항 앞바다나 태안화력 야경은 뭐하고 있었느냐고 묻고 싶다.
목척교에서 바라본 대전 원도심, 엑스포다리에서 본 둔산 도심의 야경은 또 어떤가. 에펠탑에서 바라본 사이요궁, 리알토다리에서 본 베너치아처럼 빨려 들어가고 싶은 야경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단, 저 너머의 경치를 빌려오는 '차경(借景)'의 묘미를 살린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세상일이 온통 지우고 싶은 파일(file)일 때'(황동규) 찾고 싶은 바다, 기대고 싶은 야경은 고사하고 불 꺼진 목척교를 보면 마음까지 소등된다. 그러니 야경의 멋진 날개를 달자. 전력을 허비 않고 전력을 선용해 어떻게 그걸 만들지? 막막하면 가정집과 주점 조명의 차이점이라도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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