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승부조작 사주 '경마 검은고리'

대전지검서산지청 기수ㆍ조교수 등 21명 기소… 달아난 3명은 영장

<속보>='비리 복마전'이 돼버린 경마 승부조작 사건의 전모가 검찰 수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10일 경마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서산지청에 따르면 해당 사건과 관련해 제주 및 과천 경마장 기수와 조교사 및 브로커 등 11명을 구속 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해 뒤쫓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2008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제주경마장에서 진행된 총 21건의 경주에 대해 승부를 조작해 온 사실을 확인했으며, 구체적인 승부조작의 방식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연결 고리를 밝혀냈다.

검찰 조사 결과 조직폭력배 등이 개입된 이번 사건에서 이들은 이른바 '전주(錢主)'들에게 복승식 마권(순서에 상관없이 1~2등 예상마에 배팅하는 방식)을 구입토록 하고, 한 경주 당 우승예상마가 3~4마리에 불과한 점을 이용, 우승예상마의 기수가 고의적으로 늦게 들어오도록 하는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발각 우려가 적고 배당 금액이 큰 교차경주를 승부조작 대상으로 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마방의 경마 업무를 총괄하고 기수 계약 등의 전권을 가진 조교사는 승부 조작을 지시하는 핵심 역할을 해 왔으며, 전주이자 브로커`인 조직폭력배는 마주 행세를 하며 조교사에게 승부 조작을 사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승부 조작 사건에는 경마비위를 적발해야 할 한국마사회 공정센터 직원이 개입, 브로커 역할을 하며 조직폭력배 등을 '전주'로 모집한 뒤 이들에게 돈을 받고 내부 정보를 제공해 왔다.

조사 결과 조직적으로 전개된 이번 승부조작 사건에는 700승 이상의 기록을 달성, 과천경마장 최초의 영예기수로 선정된 경마계의 전설적 인물과 'A급'으로 분류되는 기수도 개입돼 있었다.

또한 승부조작에 '전주'로 가담한 이들 중에는 조직폭력배 뿐 아니라 병원장과 자영업자, 마주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추가 공범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도주 중인 전주와 조교사, 조직폭력배 등의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종섭ㆍ서산=임붕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