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양대병원 신경과 윤보라 교수 |
치매는 그 자체가 병명이 아닌 하나의 증상군(증상복합체)으로,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생기는 특정한 상태를 의미한다.
거의 완치가 가능한 '가역성 치매'는 우울증, 약물중독, 비타민 결핍, 갑상선 기능이상, 뇌수종, 뇌혈종, 양성 뇌종양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완치는 불가능하나 증상 호전은 가능한 '퇴행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치매,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루이체 치매, 전두측두치매 등이 있다. 치매를 일으키는 많은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알츠하이머병이며 두 번째로 흔한 것은 혈관성 치매다.
▲건망증과 치매는 구분해야=치매의 증상은 치매의 종류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대체적으로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능력, 판단력, 계산능력이 점차 저하되고 복잡한 일의 수행 능력이나 도구 사용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성격과 행동이 변하거나 이상행동들이 같이 동반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과 다르게 깜빡깜빡 잊는 경우가 있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양성 건망증'과 '치매'는 구분이 필요하다. '건망증'은 가끔씩 나타나고, 대부분 힌트를 주면 쉽게 기억하거나 교정이 가능하다. 사건 전체가 아닌 일부분 또는 사소한 부분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스스로 건망증을 인지해 메모 등의 보완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치매와 다르다.
반면 치매에서 나타나는 기억장애는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사건의 발생 자체 또는 사건의 광범위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힌트를 주어도 기억해내지 못하며, 상당수에서는 본인의 기억력 저하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부인한다. 최근에는 인지기능 장애를 정상노화와 치매, 이렇게 두 단계로만 나누지 않고 그 중간 단계를 '경도인지장애'로 분류한다.
'경도 인지 장애'란 본인이나 주변인이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고, 자세한 인지기능 검사에서 객관적으로 약간의 저하는 보이지만 일상생활수행능력의 뚜렷한 장애는 관찰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윤보라 교수는 “증상이 경미한 이유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으레 '나이 들어 그렇지'라면서 간과하기 쉽다”며 “하지만 경도 인지 장애 환자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퇴행성 치매로 이행될 확률이 정상 노인보다 10배 정도 높아서 이 단계부터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치매의 치료는 정확한 진단=치매 증상이 심한 경우는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으나 초기 단계에는 치매의 유무를 감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포함한 퇴행성 치매는 서서히 생겨서 점차 진행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생겼다 사라지거나, 아주 갑자기 발생한 경우라면 다른 질환을 먼저 감별해야 한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세한 증상기록과 함께 신경학적 검사와 신경심리검사를 핵자기공명영상(MRI), 뇌전산화단층촬영(CT), 단일광전자방출단층촬영(SPE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의 뇌영상검사를 시행한다. 또한 필요시에는 추가적으로 뇌파검사, 뇌척수액검사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치매의 치료는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된다. 치매는 그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 방법이 결정된다. 뇌종양, 만성 경막하혈종 등에 의한 치매는 수술하면 거의 완치에 가깝게 좋아질 수 있고, 다른 내과적 질환에 의한 경우는 내과적 치료가 치매 증상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알코올 관련 치매는 금주와 영양공급이 주 치료가 된다. 퇴행성 치매의 대표인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현재 증상을 개선시키고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가 개발돼 있다. 혹자들은 근본적인 원인치료 약물이 없으므로 치료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증상을 개선시키고 진행을 늦춰 여생 동안 최대한 좋은 상태로 삶의 질을 유지시켜주는 것 자체로도 약물 치료의 의미가 크다. 이러한 약물 치료는 가능한 초기부터 시작해 꾸준히 유지할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예방 치료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며, 뇌혈관위험요인에 대한 관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치매 예방은 생활습관이 중요=나이가 들면서 피해갈 수 없는 병이 치매지만, 뇌 건강과 치매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6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진ㆍ인ㆍ사ㆍ대ㆍ천ㆍ명'. '진' 땀나게 하루 30분이상 3번 운동하고, '인'정사정 없이 담배를 끊고, '사'회생활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인 관계를 갖고, '대'뇌활동을 통해 뇌를 자극하고, '천'박하게 술을 마시지 말고, '명'을 연장할 수 있는 대뇌건강 식사를 하는 것이다.
윤보라 교수는 “뇌건강을 위해 미리미리 좋은 생활습관을 갖는 노력을 기울이되, 가벼운 증상이라도 이전과 다른 변화가 나타났을 때에는 '나이 들면 다 그렇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며 “반드시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병의 진행을 막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첫 걸음”이라고 조언했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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