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줄었다고 안심하면 금물

척추 안정위해 신경근 압박 시작… 증상호전 오인 말아야

[허리ㆍ관절 튼튼해지는 이야기] 척추질환에도 단계가 있다

▲ 대전튼튼병원 척추센터 김용석 원장

평소 의자에서 엉덩이를 쭉 빼고 몸을 옆으로 꼰 자세로 앉아 일하던 직장인 정모(34)씨는 지난해 급성 허리디스크가 생겨 통증으로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틈틈이 물리치료를 받고 걷기운동을 한 두 달 정도 하니, 곧 허리통증도 사라진 듯 했다. 그러나 얼마 뒤부터는 다리에 찌릿찌릿한 하지 방사통과 더불어 고무다리 같은 차가운 감각이상 증상도 나타나 두려워진 정씨는 병원을 찾았다. 통증이 없어 호전됐다고 믿었던 허리디스크는 오히려 신경이 더욱 눌리면서 악화돼 있는 상태였다.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척추질환은 보통 3단계로 나뉜다. 일반적으로는 단계가 진행될수록 요통이 심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증상이 심해져도 요통이 줄어드는 상황이 있다.

척추 퇴행의 1단계는 기능적 장애로 허리를 잘못 사용했을 때 근육경련, 관절 강직으로 인해 생기며, 통증이 주 증상으로 휴식을 취하거나 물리치료만으로 좋아질 수 있다.

2단계는 척추 불안정을 동반한 단계로 신경근 압박이 시작돼 신경통이 발생하는데, 허리디스크 초기 단계의 요통과 하지 방사통이 여기 포함된다. 여기에서 더 진행되면 척추 재안정 단계로 불안정한 척추를 복구하기 위해 추간관절이 비대해지고, 척추체에 골극(뼈가시)이 형성되거나, 척추간 유합이 일어나며 척추의 구조는 재안정 되게 된다.

3단계에서 통증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오히려 허리디스크 같은 척추 질환이 악화되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척추가 불안정해졌다가 다시 안정되는 시기에 요통이 줄어들어 언뜻 증상이 호전된다고 느끼기 쉽지만, 척추가 경직되고 심한 신경근의 압박이 시작되는 시기다. 척추를 안정시키기 위해 척추관이 좁아지고, 골극이 형성되면서 신경압박이 심해지기 때문에 통증은 줄지만 증상은 더 심해진다고 볼 수 있다. 평소 허리건강을 위해 생활 속에서 바른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허리디스크가 발생한 경우 차츰 단계가 심해지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스크를 둘러싼 섬유질이 살짝 부풀어 오른 디스크 초기에는 통증이 있어도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에 허리디스크를 잡아야 한다. 만약 휴식을 취함에도 불구하고 2주 이상 요통이 계속 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히 진단을 받아 더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허리디스크 초기에는 걷기가 가장 좋고, 오래 앉아 있는 자세가 가장 나쁘다. 앉아 있는 자세는 디스크에 부담이 크고, 디스크가 꽉 눌려 혈액순환도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디스크의 퇴행이 빨리 일어나게 만든다. 걷기는 무릎관절과 척추에 부담이 덜하며, 하루에 4㎞씩 주 5일 이상 걸으면 디스크로 가는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비뚤어진 척추의 정렬을 재정렬 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걷기는 유산소 운동으로 적정한 체중을 유지해 척추로 가는 부담을 덜어준다.

이미 단계를 많이 지나와 통증이 심한 경우라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아직 수술이 필요한 단계는 아닐지라도 심한 통증으로 힘이 들 때는 경막외신경성형술(PEN)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꼬리뼈를 통해 특수한 카테터를 삽입해 중추신경과 신경가지에 발생한 염증 유발 물질을 제거하고 유착을 풀어준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국소마취로 진행해 부담을 최소화하고 주변 신경조직, 근육, 장기 등의 손상이 없는 장점이 있다.

고주파수핵성형술(PNP)은 고주파가 장착된 바늘을 병변이 있는 디스크 내에 삽입하면, 디스크 수핵 일부가 녹아 압력을 수축시켜 돌출됐던 디스크를 일부 복원시켜주는 치료방법으로 시술시간이 짧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반면 통증은 심하지 않으나 하지의 근력약화나 항문 주변에 감각이상 등이 있다면 수술치료가 필요한 단계다. 방치해두면 신경손상이 심해져 수술 후에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므로 허리디스크 수술을 통해 터져 나온 디스크를 제거하거나, 때로는 디스크를 완전히 제거하고 인공디스크로 교체하기도 한다.

허리디스크로 인해 척추가 불안정할 때는 디스크 제거술만으로는 효과를 보기는 어렵고 척추와 척추를 고정하는 척추간 유합술로 척추의 안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