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 |
자극적인 내용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악플과 무차별적인 신상 털기는 얼굴 없는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혹하며 심지어는 피해자를 죽음이라는 극단의 선택으로 내몰기도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11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 중 27%가 악성 댓글을 작성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7.7%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허위 사실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10대, 20대 등 연령이 낮은 층일수록 인터넷 윤리의식이 심각한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0대 인터넷 이용자의 48%가 악성 댓글을 작성한 경험이 있으며 특히 10대 응답자의 76%가 사이버폭력의 가해를 한 경험이 있다고 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악성댓글을 작성한 후 '속이 후련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40.1%에 달했으며 초등학생의 경우 '재미를 느낀다'라는 응답도 42.6%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악성 댓글을 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게시물에 '기분이 나빠져서'(48.6%)가 가장 많았으며 초등학생의 경우 '재미나 호기심 때문'(47.5%)',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하기 때문'(45.5%), '상대방에게 똑같이 되갚아 주기 위해서'(44.6%)라는 응답이 주를 이루었다.
결국, 이를 보면 악성 댓글에 대한 반성이나 자제심은 전혀 없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타인의 악성 댓글에 대한 반발이 자신의 악성 댓글로 되살아나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신상정보를 찾아보는 신상 털기 참여 경험이 있는 이용자는 전체의 67.0%에 달했으며 특히 20대와 30대가 70%가 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신상 털기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재미나 호기심 때문'(46%)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은 정보의 공유를 쉽게 하고 양방향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순기능적인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인터넷 댓글은 담론 문화와 여론 형성에 긍정적으로 기능을 한다. 문제는 익명성 및 비대면성으로 인한 무책임성이 악플 문화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현실에서 직접 대면한다면 온라인에서와 같은 언사는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은 양날의 칼이다. 그것은 담론문화와 여론형성에 긍정적으로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의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폭로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무책임하게 확산시키는 부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인터넷 실명제나 사이버 모욕죄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과 학교에서 인터넷 윤리교육, 선플달기 운동과 같은 시민운동, 그리고 누리꾼의 자정노력 등을 통한 건전한 인터넷 문화와 의식형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건전한 인터넷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간곡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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