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은남 경제부 기업유통팀 부장 |
1836년 덴마크의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쓴 인어공주는 뮤지컬로, 영화로 셀 수 없을 만큼 제작됐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여서 모두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영화나 뮤지컬을 보러 간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가면 인어공주 동상이 있다. 아름답고 애절하기까지 했던 사랑을 한 인어공주 동상을 본다는 부푼 기대는 동상을 본 순간,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도로변 바닷가, 인어공주 동상만 덩그러니 놓여, 매서운 북해의 바람을 맞고 있었다. 주변에는 관광객을 위한 아무런 시설도 없다. 인어공주 동상은 크지도 않았고 심지어 얼굴도 그리 미인도 아닌 것 같다는 기억이다. 동상만 본다면 '이게 정말 인어공주야'라는 실망감이 앞선다.
인어공주 동상보다는 드문드문 사람이 찾는 엑스포 과학공원이 규모나 모든 면에서 월등히 앞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인어공주 동상은 코펜하겐의 상징으로, 여전히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필수 관광지다.
보잘것없는 인어공주 동상이 세계인들을 사로잡는 것은 어릴 적 읽었던 인어공주 동화 때문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탄탄한 이야기가 보잘것 없는 인어공주 동상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인어공주를 보더라도 스토리의 힘은 위대하다. 기업이나,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기업을 알리고 도시를 알리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토리가 도시의 경쟁력이고 기업의 매출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제품보다 스토리를 팔고 있다. 재미있고 기억에 오래 남는 감동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정치에도 스토리가 대세인 것 같다.
우연한 일치겠지만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을 보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던 탄탄한 스토리가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공약이나 이념, 소속당 등이 아닌 개인만 보고 본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평생 민주화를 위해 투옥과 추방 등으로 점철됐던 김대중 대통령이 그랬고,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시에 합격한 후 5공 청문회에서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해 줬던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부산에 출마하며 개혁을 꿈꿨던 그의 행보는 후에 대통령이 되는데 밑받침이 됐다. 취임 당시보다 지지도가 하락한 이명박 대통령도 탄탄한 스토리의 힘으로 대통령이 됐다.
야간상고를 졸업하고 어렵게 대학에 진학 후 현대그룹 최연소 사장 등 그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당이 다르고 정치노선이 다른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대통령의 공통점은 드라마와 같은 감동의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스토리면에서 12월 대선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박근혜, 문재인, 김두관, 안철수 등 대선 출마예상자들의 스토리도 눈여겨 볼만 한다.
대통령의 딸이었지만 불행하게 부모를 잃고, 정치에 입문해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선거의 여왕으로 우뚝 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
거제도 피란민 수용소에서 태어나 대학입학 후 학생운동을 주도했고, 사시에 합격한 뒤 부산지역 인권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참여정부 비서실장으로,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문재인 국회의원 당선자.
대학졸업 후 농민운동, 지역신문 발행인을 지냈으며, 대한민국 민선 최연소 지방자치단체장에 당선된 뒤 남해군수에서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낸 김두관 경남도지사.
의대생으로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컴퓨터 백신을 개발, CEO가 됐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안철수 교수.
인생 스토리 경쟁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이 살아온 드라마 같은 인생처럼 대권을 쥔 후에도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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