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차마 가족에게 회사가 망했다고 말을 하지 못하고 2개월간 회사에 출근한다며 PC방과 친구의 음식점 등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3월말께부터 아예 집에서 나와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
최씨는 자신말고도 “대전역 광장, 은행동 시장인근에서 자신과 같은 실직자 4~5명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숙인 이모(54)씨는 벌써 반년 이상 대전역 광장 한켠의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생활하고 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였지만 허리를 다친 후 건설현장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매일 새벽 5시께 대전역 인근의 직업소개소를 향하지만 허리도 다치고 나이가 들어 늘 그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젊은 사람들과의 일자리 경쟁에서 밀려난다.
이씨는 “나이 들고 몸이 불편하니 일자리 하나 얻어내기 힘들다”며 “새벽 5시에 나가도 하루 일당 5만원짜리 일자리를 차지하려 몸싸움도 일어날 때가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씨는 그렇게 일자리를 얻지 못해 주위의 노숙자들과 어울리며 깡소주로 하루를 보낸다.
날씨가 풀린 대전역 광장으로 노숙자들이 몰려 들고있다. 대전역 지구대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대략 20~30명 정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지표상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지만 장기화된 서민경제 침체와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최씨처럼 멀쩡한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대전역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종교단체의 한 자원봉사자는 “평균 80~100명에 달하던 급식자들이 최근에는 기본적으로 120명, 어떤 때는 200명이 훌쩍 넘어간다”며 “대개는 낯이 익지만 새로운 얼굴도 눈에 많이 띈다”고 말했다.
노숙인 증가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 중에는 지난해 서울역에서 쫓겨나 대전에 온 장기 노숙인에서부터 실직 등의 이유로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노숙자들은 대전역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에 퍼져 있다.
그만큼 노숙인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고 제대로된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동구청이 관내 현장 조사에서 2010년 말 99명 정도로 파악되던 노숙인 숫자가 지난해 말 123명, 현재는 137명이 넘을 것이란 짐작만 하고 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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