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연락해 온 이 여성은 저녁 무렵에 만나 식사를 함께 한 후 A씨를 인근의 한 술집으로 안내했다.
종업원에게 메뉴판을 받아든 여성은 와인 한 병을 주문했고, 이후 테이블에는 한 병의 술이 더 들어왔다. 여성에게 호감을 느꼈던 A씨는 술을 나눠 마시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계산서를 받아든 A씨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00만원이 넘는 돈이 계산서에 찍혀 있었던 것.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었지만 옆에서 웃고 있는 여성을 의식해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계산서에 찍힌 돈을 모두 지불하고 나와 여성과 헤어진 뒤에야 A씨는 첫 만남부터가 잘못 됐음을 알아채고 뒤늦은 후회를 해야 했다.
9일 경찰에 구속된 강모(32)씨는 서구 월평동에 술집을 차려놓고 20대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부풀린 술값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A씨 등 남성 수십명을 등쳤다.
피해 남성만 60명 이상에 달한다. 일명 '꽃뱀'을 동원한 신종 사기 수법이다. 피해 남성 대부분은 뒤늦게 여성에게 당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둔산경찰서는 이날 강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해당 업소 명의자인 강씨의 아내와 매니저인 처남, '꽃뱀' 역할을 한 20대 여성 6명과 종업원 등 모두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대전과 청주 일대 나이트클럽을 돌며 남성들을 유인, 모두 60명으로부터 6000여 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강씨의 처남은 '꽃뱀'으로 고용된 여성들을 나이트클럽으로 안내하고 대상자를 지정해주는 등의 역할을 했으며, 이들은 술집으로 유인된 피해남성들이 자연스럽게 가격판을 보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런 수법에 속아 피해 남성들은 대부분 시중가 2만~3만원대의 와인과 양주 한 두 병을 마시고 평균 100만원 가량을 술값으로 지불했다. 또 이들은 피해남성 중 일부가 술값을 지불하지 못하면 집으로 찾아가 받아내는 등 대담함을 보였으며, 항의하는 피해자들에게는 술값을 깎아주며 신고를 못하도록 무마해 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해 남성이 최소 100명 이상 일 것으로 보고 피해자들의 추가 진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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