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범 씨앤유피부과 원장 |
봄인가 싶었는데 벌써 초여름 날씨라 후덥지근할 정도다. 기온이 급격히 올라 예년에 비해 많은 양의 꽃가루가 공기 중에 흩날린다. 가정의 달이라 잦은 야외 행사로 한껏 노출된 피부는 땀에 젖고 미세 꽃가루가 더 많이 달라붙는다. 그래서인지 올 해 피부 트러블이 갑자기 심해져서 병원에 찾아오는 분들이 유난히 많음을 경험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한 단면이 아닐까?
스위스와 영국의 연구 결과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지고, 꽃가루 농도도 예년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여기에 대기 오염 물질이 섞이면 알레르기 항원성이 훨씬 높아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과 만주로부터 불어오는 황사 미세 먼지와 중금속들까지 결합하여 더욱 강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로 변하게 한다.
꽃가루 때문에 발생하는 병은 첫째 꽃가루가 피부에 직접 닿아서 생기는 알레르기성 아토피 피부염, 둘째로는 꽃가루가 모공을 자극해서 생기는 모공 자극성 피부염, 셋째로 화분병(花粉病)이라 부르는 알레르기 비염이나 알레르기 천식이 있다. 이러한 질환들을 일으키는 꽃가루는 바람에 의해 운반되는 풍매화다. 풍매화의 꽃가루는 바람에 실려 먼 거리를 이동하므로 주위에 나무가 없더라도 얼마든지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온대 지방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의 5월에는 오리나무, 포플러, 버드나무, 참나무, 소나무 등 나무에서 발생하는 꽃가루가 주를 이룬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음식 먹는 것도 주의를 요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한 알레르기 전문가는 로열젤리를 먹은 후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환자를 여러 차례 보고하였다. 이들의 공통점이 꽃가루 알레르기를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로열젤리에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 유사 단백질이 들어있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교차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자작나무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사과나 복숭아, 자두 등을 먹고 알레르기 증세가 악화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꽃가루로 인한 피부 트러블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는 날에는 가급적 실외 활동을 피하고, 실내에 있을 경우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틀어 놓는 게 좋다. 부득이 외출할 때에는 보호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얇은 긴 소매 옷을 입어 피부를 보호한다. 운동은 야외에서 벌이는 과격한 활동은 피하고 주로 요가나 수영, 스트레칭, 웨이트 트레이닝과 같은 실내 운동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다. 귀가할 때는 옷을 털어 꽃가루를 털어내고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샤워를 하도록 한다.
메이크업을 했거나 자외선차단제를 발랐던 얼굴은 본인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적절한 클렌저를 골라 마사지하듯 메이크업 잔여물을 닦아내고 풍부한 거품을 이용하여 자극 없이 부드럽게 미온수로 닦아 낸다. 특히 많은 여성들이 사용하는 워터프루프 제품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더욱 꼼꼼히 닦아 내는 것이 필요하다. 제때에 닦아내지 못할 경우 알레르기성 꽃가루, 미세 먼지 등이 피부에 강한 트러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생명의 연속을 위한 꽃들의 향연이 무르익는 5월, 우리 모두 계절의 여왕답게 생기있고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꽃가루의 반란에 적절히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해보면 어떨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