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들은 다가오는 '스승의 날'이 곤혹스럽다고 토로한다. 지도교수의 마음에 들 만한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데다 식사도 대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갹출한다고 해도 학생 신분으로서 부담이 작지 않다. 하지만 이 정도는 기본에 불과하고 한다. 명절은 물론 송년회 등도 챙겨야 하고 심지어는 개인여행 경비까지 걷어 댈 정도라고 한다. 물론 교수가 강요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자발적인 것도 아니다.
대학원에 이른바 '수발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지도교수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논문지도와 심사는 물론 지도학생의 진로, 즉 강사나 유학 등의 추천서 작성도 지도교수가 전담하고 있다. 장학금도 지도교수의 추천이 없으면 받지 못한다.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학생들의 경우 지도교수에게 밉보이면 설사 학위를 받더라도 그 세계에 발을 붙일 수 없다. 석ㆍ박사 학위를 포함해서 학생의 현재와 미래가 지도교수에게 달려있는 구조이다 보니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석ㆍ박사 과정의 '촌지' 문제를 다룬 본보 보도에 대학원생들의 반향이 뜨겁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고발이고,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다. 자신의 미래가 지도교수의 손에 걸려있는 상황에서 대학원생들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다. 그렇다면 대학이 앞장서야 한다. 적극적으로 실태파악에 나서는 한편 전 근대적인 '수발문화'에 제동을 거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추방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 대학원생을 '학위 논문 시장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학위논문검증제도에 대한 논의도 꼭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선배 교수의 뜻을 거스르면 '패륜'으로 여기는 권위적인 교수 사회, 교수와 제자 간의 수직적인 관계가 깨져야 한다. 스승과 제자가 손잡고 학문에 열중하는 대학이 더 많다는 것은 안다. 다만 대학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악습은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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