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시내 전 지역 7000원'을 내걸고 경쟁적 가격 인하에 들어갔던 대전지역 대리운전업체 상당수가 이달 초 갑작스럽게 다시 1만원으로 요금을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대리운전업체들은 기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까지 일방적으로 인상하면서 소비자는 물론 기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일단 대리운전 이용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7000원의 가격을 내걸고 광고를 하더니 금세 제멋대로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서구 도마동에 사는 이모(32)씨는 “엊그제까지만 해도 7000원이라고해서 자주 이용을 했었는데 얼마되지 않아 3000원이나 가격이 오른 것을 보고 놀랐다”며 “대체 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지역 대리운전업체의 일시적인 요금 인하와 재인상에는 업체 간 과열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각각 연합체를 구성하고 있는 대리업체들 간 물고물리는 가격 경쟁과 '담합'이 고무줄식 요금을 부채질한다는 것이 대리운전노조 측의 주장이다.
대리운전기사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대전대리운전연합 소속 업체 상당 수가 지난 1일 요금을 7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하며, 기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2500원으로 재인상했기 때문이다. 대전에서는 지난해 대리운전노조가 결성된 후 지난 3월 1만원 요금 적용 시 수수료가 2000원으로 인하됐지만, 업체들이 두 달 만에 다시 수수료를 500원 인상한 것이다.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인한 이득은 업체들이 다 챙겨가고 대리기사들은 오히려 손해가 커진 셈이다. 통상 업체들이 7000원 요금 적용시에는 700원, 8000원 요금 적용시에는 10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에 비춰봐도 1만원 요금 시 25%에 달하는 수수료는 지나치다는 것이 대리운전 노조의 주장이다.
더욱이 실상은 7000원이나 8000원의 요금을 제시해도 1만원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 손님들이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요금과 수수료 인상으로 오히려 기사들의 실제 수입은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전대리운전노동조합 집행부는 지난 7일 밤부터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담합으로 손님과 기사들을 모두 우롱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업체에서 대화에 임하지 않으면 집단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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