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미선 계룡 엄사중 교감 |
하지만,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대로 된 스승의 도리를 하지 못한 회한이 더 크게 다가올 때도 종종 있다. 속없이 내뱉은 말에 상처받고 아파했을 아이들이 얼마나 될지, 관심과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지냈을 아이는 또 얼마일지, 억울하게 혼나고 질책당한 아이, 제대로 된 진로지도 한번 못 받아 어쩌면 지금까지도 힘들게 지낼지 모를 나의 제자들, 그들을 생각하면 긴 한숨을 내뱉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의 몸짓 하나하나, 순간순간마다 표정들, 그때그때 달라지는 목소리, 눈빛, 그 모든 것들이 큰 의미를 숨기고 있었고, 표출하고 싶은 감정들이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해 무심히 지나쳐 버렸던 때가 많았음을 실토하게 된다. 교실 안에서의 아이들 모습은 참 다양하다. 교과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업시간과 담임선생님과 보내는 시간의 모습이 다르다.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의 모습이 다르고, 전체적인 분위기뿐 아니라 아이들 한명 한명의 모든 것들이 때와 장소에 따라 신기하게 달라진다. 표정, 말투, 걸음걸이, 앉아 있는 모습, 심지어는 목소리까지도 모두 바뀐다. 한 학생에 대한 교과 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의 견해가 각각 다른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의 모습이 시시각각 다르듯이 가슴에 담은 고민도 다양하다. 아주 하찮아 보이는 일부터 눈시울을 덥히는 사연 깊은 일까지 많은 문제로 가득 차 있다. 아이들의 세계는 단순하고 평범하리라는 어른들의 생각 때문에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어른들보다 더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볼 때가 잦다. 대화의 단절로 마음의 벽을 쌓고 모두 우울하게 지내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에게 벽을 쌓고 지낸다면,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학교생활이 행복하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이해하지 못해서 빚어지는 가슴 아픈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모든 교사와 부모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상담자여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존재해 준다면 아이들은 행복해 질 것이다. 좋은 상담자가 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아이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처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고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 수많은 과정이 요구된다. 그래서 폭넓고 깊은 전문성이 필수적이다. 상담자 자신이 행복해야 좋은 상담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교사도 부모도 모두 행복한 좋은 상담자가 되어야 아이들이 더 행복해 질 것 같다.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해 범한 시행착오에서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접근해 문제를 해결해 나갔던 일들은 모두 잊을 수 없는 교직생활의 발자취다. 아이들의 문제는 학교와 가정에서 늘 접하는 문제임에도, 해결방법을 찾지 못해 큰 문제로 불거졌음을 돌이켜 볼 때, 아이들을 깊이 이해하고 문제해결과 예방에 밑거름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마음을 늘 헤아리는 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사와 행복하게 지내는 아이들, 부모와 애틋한 정을 나누며 울고 웃는 아이들의 진솔한 모습을 그리며, 서로 알아가는 좋은 상담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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