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제자들끼리 각자 알아서 선물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상태인데, 갑자기 지도교수가 소개할 지인이 있다며 식사를 제안했단다.
지도교수라 '싸구려' 선물도 할 수 없는데, 거기에다 지인들과의 식사비용까지 제자들이 부담하게 된 것이다.
A씨는 “대학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교수마다 생각이 달라 차이가 있겠지만, (스승의 날은) 만만한 날이 아니다. 대학도 근절 캠페인을 했으면 할 정도”라고 말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대학원생과 박사 과정생들이 죽을 맛이다.
초ㆍ중ㆍ고의 촌지는 교육당국의 특별감찰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지만 석ㆍ박사 학위를 매개로 한 일부 교수들의 일탈행위에 학생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국ㆍ사립 구분없이 대학원 가운데 석사 보다 박사과정에서 더 심하다는 게 원생들의 설명이다.
상품권 등 선물은 기본이고, 현금과 행사 개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B 대학의 모 대학원생은 “거부하는 교수가 있는 반면,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교수도 있다”며 “지도교수와 제자 사이의 관행이라고 하지만, 국립대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한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은 “스승의 날 선물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며 “일부 교수들은 일년 내내 각종 개인 행사나 학회에 참석을 종용하는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보낸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문제는 대학 당국이 이런 일부 교수들의 행태에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중등교육에선 학부모들과 식사를 하는 것 조차 금기시 돼 있지만 대학가에선 접대문화가 공공연하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실제 대학 주변이나 둔산지역 등 시내 중심가 고급 음식점에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단체 예약이 평상시 보다 50% 가량 늘었다.
자발적인 '스승 모시기'가 아닌 학위를 매개로 한 접대성격이 짙다는 것이 대학가의 일반적 견해다.
중등교육에선 징계 대상인 스승의 날 '상품권'이 대학원생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 교수 사회는 이런 촌지 문화에 너그럽다. 이유는 학교 당국이나 교과부, 감사원, 사법당국이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교수는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선 대학 당국이 적극 나서 학위를 매개로 한 접대 문화를 근절시키는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주영 ㆍ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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