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효순·미술사 박사 |
대전지역에 1998년 시립미술관을 개관하고, 2007년 이응노미술관에 이어 2008년 대흥동 창작센터까지 개관하면서 전시공간의 확산을 가져왔고 그에 따른 미술 향유층도 늘어나 예술불모지라는 오명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역설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술의 전당과 시립국악회관 그리고 문학관까지 개관을 앞두고 있어 대전은 타 지역보다 앞서나가는 문화공간으로서의 하드웨어를 고루 갖춘 곳이라고 할 수 있다.
2007~8년 사이 시립미술관과 이응노 미술관에서의 두 차례 작품 수장품 분실 사건을 제외하면 비교적 무난한 전시행정을 수행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시립미술관은 현대미술 관련 전시에 집중하는 역할을 해 왔고, 이응노미술관은 고암의 작품을 중심으로 역사성에 초점을 맞춘 전시를 주로 수행해 왔다.
이응노미술관을 고암미술재단으로 변경 시, 내부결정을 한 뒤 열린 공청회는 큰 의미가 없이 수용되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재단으로 변경되면서 바뀌는 미술관의 방향성을 시민도 미술인도 거의 알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같은 주소 내에 미술관을 두 개 둘 수 없다는 것과, 각자 독립된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한 분리 정도로 생각해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응노라는 역사적인 인물을 위한 공간으로서 독자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2011년, 시립미술관에 새로운 수장이 임명되고, 2012년에 이응노미술관에 전직 시립미술관장이 임명되면서 지역에 설왕설래한 가운데 두 미술관의 향후 정체성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시립미술관은 그 동안 보수공사를 몇 개월간 시행했기 때문에 현 관장체제 아래서 이루어진 전시가 향후 지속될 것이지만, 최근 오픈한 이응노미술관의 전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앞으로 두 미술관이 지향해 가야 할 방향성이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 이응노미술재단 관장의 기존 성향과 부합되는 전시라는 인식 때문에 오는 생각이다. 시립미술관장 재임시에 몇 차례 미디어 전을 개최한 바 있고,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중심이었다.
재단이 되면서 이응노미술관은 해마다 10억의 재단 적립금과 7억~8억 예산을 집행하는 미술관이 되었다. 전체적인 예산으로 볼 때는 미술분야의 상당부분이 한 곳으로 투입되는 셈이다. 그 만큼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오도록 운용돼야하는 것은 당연하고 재단의 수익창출로 이어가야 될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시의 인정을 받는 관장이기 때문에 잘 하리라 믿지만 바라건데 이응노미술관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전시의 정체성으로 차별화했으면 한다.
어느 정도의 암시적 방향 없이는 시립미술관의 전시와 차별화가 될 수 없고 다양성을 요구하는 관객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미술관이 우선 지역특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인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어야함은 모든 지자체 미술관의 공통된 목표다.
관장의 재임시 처럼 시립미술관은 현대성을 지향하고 고암재단은 고암의 장르에 초점을 맞춰 현대로 이어져오면 두 미술관은 정체성을 잃지 않고 시민에게 과거와 현재의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응노미술관은 공간이 크지 않지만 주변이 아름답기 때문에 시립미술관과 차별화하여 역사성을 살려나가는 공간으로는 좋은 곳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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