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효순]지역 미술관의 정체성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황효순]지역 미술관의 정체성

[문화 초대석]황효순 미술사 박사

  • 승인 2012-05-06 13:33
  • 신문게재 2012-05-07 20면
  • 황효순 미술사 박사황효순 미술사 박사
▲ 황효순·미술사 박사
▲ 황효순·미술사 박사
필자는 두 해전 '대전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이라는 주제로 세미나 발제를 한 일이 있다.

대전지역에 1998년 시립미술관을 개관하고, 2007년 이응노미술관에 이어 2008년 대흥동 창작센터까지 개관하면서 전시공간의 확산을 가져왔고 그에 따른 미술 향유층도 늘어나 예술불모지라는 오명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역설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술의 전당과 시립국악회관 그리고 문학관까지 개관을 앞두고 있어 대전은 타 지역보다 앞서나가는 문화공간으로서의 하드웨어를 고루 갖춘 곳이라고 할 수 있다.

2007~8년 사이 시립미술관과 이응노 미술관에서의 두 차례 작품 수장품 분실 사건을 제외하면 비교적 무난한 전시행정을 수행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시립미술관은 현대미술 관련 전시에 집중하는 역할을 해 왔고, 이응노미술관은 고암의 작품을 중심으로 역사성에 초점을 맞춘 전시를 주로 수행해 왔다.

이응노미술관을 고암미술재단으로 변경 시, 내부결정을 한 뒤 열린 공청회는 큰 의미가 없이 수용되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재단으로 변경되면서 바뀌는 미술관의 방향성을 시민도 미술인도 거의 알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같은 주소 내에 미술관을 두 개 둘 수 없다는 것과, 각자 독립된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한 분리 정도로 생각해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응노라는 역사적인 인물을 위한 공간으로서 독자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2011년, 시립미술관에 새로운 수장이 임명되고, 2012년에 이응노미술관에 전직 시립미술관장이 임명되면서 지역에 설왕설래한 가운데 두 미술관의 향후 정체성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시립미술관은 그 동안 보수공사를 몇 개월간 시행했기 때문에 현 관장체제 아래서 이루어진 전시가 향후 지속될 것이지만, 최근 오픈한 이응노미술관의 전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앞으로 두 미술관이 지향해 가야 할 방향성이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 이응노미술재단 관장의 기존 성향과 부합되는 전시라는 인식 때문에 오는 생각이다. 시립미술관장 재임시에 몇 차례 미디어 전을 개최한 바 있고,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중심이었다.

재단이 되면서 이응노미술관은 해마다 10억의 재단 적립금과 7억~8억 예산을 집행하는 미술관이 되었다. 전체적인 예산으로 볼 때는 미술분야의 상당부분이 한 곳으로 투입되는 셈이다. 그 만큼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오도록 운용돼야하는 것은 당연하고 재단의 수익창출로 이어가야 될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시의 인정을 받는 관장이기 때문에 잘 하리라 믿지만 바라건데 이응노미술관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전시의 정체성으로 차별화했으면 한다.

어느 정도의 암시적 방향 없이는 시립미술관의 전시와 차별화가 될 수 없고 다양성을 요구하는 관객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미술관이 우선 지역특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인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어야함은 모든 지자체 미술관의 공통된 목표다.

관장의 재임시 처럼 시립미술관은 현대성을 지향하고 고암재단은 고암의 장르에 초점을 맞춰 현대로 이어져오면 두 미술관은 정체성을 잃지 않고 시민에게 과거와 현재의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응노미술관은 공간이 크지 않지만 주변이 아름답기 때문에 시립미술관과 차별화하여 역사성을 살려나가는 공간으로는 좋은 곳일 수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