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9월과 11월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동종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영세사업장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정망과 복지 정책을 확충하기 위한 조치로, 차별시정과 불법파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확대로 소득 양극화와 청년 실업 등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를 왜곡하는 눈가림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노동계 '눈가림식 정부 대책'= 기본적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 부재를 드러낸 정책들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핵심적으로 정부의 차별시정 강화 방침은 하도급과 일용직 형태의 노동자들이 겪는 불안정성을 외면한채 정규직과 동종ㆍ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존 차별시정제도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또 불법파견에 대한 규제 강화 정책도 사각지대에 대한 사내하도급 문제를 오히려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역시 34만 여명의 비정규직 중 상시ㆍ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9만 7000여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지만, 무기계약직을 근무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정규직으로 바라보는 정부 입장과 달리 노동계는 사실상 영구적인 비정규직화라고 주장한다.
무기계약직의 경우 고용형태는 정규직과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임금과 처우 등 노동조건에 있어서는 비정규직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불법파견ㆍ사내하청 문제 해결 급선무=이처럼 800만 시대를 많은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법에 대한 정부와 노동계의 시각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시각 차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사실상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파견근로와 사내하청 문제에 대한 해결책들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파견근로와 사내하청이라는 불안정 고용형태를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노동계는 이러한 고용형태가 불법을 용인하고 비정규직 문제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이슈가 됐던 현대자동차와 한진중공업의 사내하청 문제 등은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사내 하청을 가장한 불법파견이 판을 치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 대책이나 통계상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사각지대가 되고, 법적ㆍ제도적 허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예상됐던 대량 해고 사태는 크게 현실화 되지 않았지만,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법적 보호 조차 받지 못하는 변형된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의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해서는 땜질식 처방보다 문제 지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차별시정을 강화하면서 무기계약직 등의 형태로 차별을 존속시키는 등의 모순적 정책을 해소해 나갈 필요성이 제기된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상용직이나 무기계약직은 고용형태는 정규직과 같아 보이지만 사실상 차별을 영속화하는 제도”라며 “파견근로제의 문제와 사내 하도급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는 차별시정이나 비정규직 문제 해소는 불가능하며 편법적 수단을 동원한 비정규직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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