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캄보디아에서 해외식량기지사업의 지원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사업이 좌초위기에 처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지만, 오히려 농민과의 약속을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다. <본보 4월 25일자 1ㆍ3면, 26일자 3면, 27일자 1ㆍ3면, 30일자 1ㆍ3면 보도>
심지어 조직 내부에서 작성돼 실무자로부터 팀장, 과장, 국장, 도지사에 보고된 문서에서 드러나는 내용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등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행정의 일관성마저 스스로 무너트리고 있다.
30일 충남도는 해외식량기지를 위해 캄보디아 반티에 미연쩨이주(이하 캄 반티에)가 농지를 제공키로 했지만, 약속이 이행되지 않음에 따라 사업에 차질이 생겼을 뿐 도가 이를 책임지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스스로 행정행위를 부정하는 것으로 각종 문서를 통해 그동안 충남도가 밝혀온 해외영농사업 추진과는 정반대 상황임이 드러나고 있다.
충남도가 해외 식량기지사업을 외부에 본격적으로 홍보한 것은 연도별로 정리하면 2008년 6월 17일이 첫 시작이었다. 충남도는 이날 언론사에 제공한 보도자료를 통해'이완구 도지사가 캄보디아 씨엡립주와 농업 공동경작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우호협력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달 25일에는 '식량자원화 전방위로 뛴다'란 보도자료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1000만㎡의 땅을 받아 공동으로 벼농사를 짓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예상되는 쌀 생산량이 1모작 기준 500만가마(40㎏기준)로 2만여 가구의 1년분이라는 구체적인 규모까지 제시했다. 그해 8~9월에는 농업인 40명을 선발하고, 미곡종합처리장(RPC) 장비도 함께 보낼 계획임을 홍보했다.
같은해 7월 25일자 보도자료에는 '축산업 살리기 적극 추진'이란 자료에서 도는 지난달 18일 도지사가 집무실에서 축산농가 지원 긴급대책을 소집, 캄보디아에서 농지를 빌려 사료작물 재배방안을 찾도록 지시한 사실을 공개했다.
충남도가 농민들의 주장을 부인하는 5000㏊ 농지제공이 처음 등장한 것은 충남도 해외식량기지사업이 씨엡립에서 캄 반티에주로 바뀐 같은 해 10월 2일이다.
충남도는 10월 2일자 '캄보디아에 사료작물 생산 법인 설립 추진'이란 제하의 보도자료에서 이완구 지사는 캄 반테이주 오웅우엔 주지사와 사료용 옥수수 농업합작회사 공동설립을 골자로 농업교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소개했다.
현지법인은 내년 5월(2009년)에 설립되고, 초기위험을 줄이도록 1~2년간 3000~5000t 규모의 계약재배를 거쳐 토지를 매입 또는 임차해 5000㏊까지 옥수수를 직접 재배, 국내로 반입한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8월 10명의 현지 합동조사단 파견소식도 공개하고는 “식량자원화에 대비한 준비를 충남이 먼저 앞장설 것”이라는 도 관계자의 흥분된 어조를 소개하기도 했다.
며칠이 지난 10월 17일에는 '해외사료작물 재배단지 사업 시동'이란 보도자료에서 충남도는 도내 사료업체와 영농조합법인 대상의 투자설명회를 한 사실을 밝혔다. 도내 배합사료와 영농조합 등 20개 업체가 참여한 설명회에서 김모 축산과장은 “2014년까지 6년간 캄 반티에서 5000㏊ 규모의 사료원료용 옥수수를 현지생산한다”며 “계약재배는 1년차 500㏊, 2년차 1000㏊ 규모로 시설비 4억원 등 모두 12억원이 투자된다”고 설명했다.
충남도 해외농업지원 TF팀 역시 2009년 9월 14일 캄보디아 생산기지 구축과 직영농장 성공모델 정착을 위해 전력 질주할 것을 다짐하는 회의를 가졌다.
충남도의 5000㏊ 농지제공은 충남도 스스로 만들어진 각종 문서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2008년 11월 작성된 캄보디아 해외농업협력사업 조사결과(요약)에서는 옥수수 재배예정지역 여건을 소개하며 대상 면적을 5000㏊로 밝혔다.
2008년 11월 10일부터 16일까지 조사된 조사결과보고서에서도 캄 반티에주 정부로부터 받는 토지를 국유지 5000㏊로 규정했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 충남도는 생산자단체(영농법인)에 옥수수 건조장과 보관창고설치비를 보조 지원토록 했다. 토지임대료 및 개발비, 장비구입비용으로 농업진흥기금 또는 국가자금 장기저리융자 238억원을 지원토록 하고 이중 100억원의 지원도 제시했다. 이밖에 2009년 1월 작성된 해외농업기지 구축방안에서도 충남도가 토지확보를 위해 토지조성비(개간비)와 장비 등 기반시설 제공을 공개했다.
충남해농 농민들은 “각종 회의를 통해 도지사와 국장 등 과장 등은 끊임없이 농지 5000㏊를 약속했다”며 “만약 이 같은 약속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캄보디아까지 농사를 지으려 가는 농민은 없었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도는 현지에서 토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주선만 해주었지만 임대 등에 직접적 책임은 없는 것 아니냐”며 “농지를 마련해 달라는 영농법인 농민들의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맹창호 기자 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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