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구 대한건설협회 대전시회 사무처장 |
최근 대기업이 1조원대 원주~강릉 철도공사 입찰에 불참하기로 했다. 1조원 규모라면 중견기업의 연간 매출규모다. 으리으리한 호화 밥상인 것 같은데 왜 숟가락을 들지 않으려 하는가.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건설사들은 공공공사를 기반으로 먹고산다고 한다. 대부분 건설사는 공공공사로 기초 체력을 다진 후 민간이나 해외공사로 눈을 돌리는 것이 기본 구조다. 건설사들에 공공공사가 계륵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공사를 해 봤자 적자의 멍에 속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한 두건 잘 건져 팔자를 고칠 수도 있지만 그건 허황된 꿈이다. 현행 가격위주의 낙찰제도와 실적공사비 제도의 기나긴 터널 속에는 불빛이 없다는 것을 체험해 봤기 때문에 낙찰이 돼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무리해서 지킬 만큼 대단한 밥그릇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공사 발주기관에서 기본 및 실시설계를 한 것을 조달청에 의뢰하면 실적공사비제도 명목을 앞세워 10~30% 공사 설계금액을 감액 조정하여 기초금액이 결정되면 공사비 규모에 따라 보통 70~80%대에서 낙찰이 이루어진다. 결국은 설계가 대비 50~60%선에서 계약금액이 성립되는 관행이 과연 정당한 입찰제도인지 발주기관에서 설계한 것을 입찰과정에서 무려 40~50% 삭감되어 낙찰이 이루어진다. 과연 비싼 용역비 주고 한 설계가 잘못이라면 이것은 발주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것이 또 원도급자에서 하도급자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서 과연 우리가 원하는 품질과 시공의 완벽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저가공사의 피해는 원도급사와 하도급사의 협력관계가 무너지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모두 이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의 길을 걷다가 결국 사업의 존폐위기까지 맞게 된다. 최근 건설사 CEO들을 만나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건설업을 접고 싶다고 토로한다. 우리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다지고 국위를 선양하고 있지만 국내에만 들어오면 기를 못 쓰는 현실에서 과연 국내건설시장의 미래는 있는 것일까 의문이 된다.
최근 '건설산업공생발전위원회'에서 실적공사비, 표준품셈 실제비용반영 현실화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이번 기회에 역회전 하고 있는 건설 산업제도의 불합리한 점들이 하나하나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근본적으로 글로벌 경쟁구도에서 건설도 성능ㆍ기술 중심의 입찰방식 도입과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해 정부품셈 현실화 등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는 입ㆍ낙찰제도의 선진화 방안이 정착되도록 공생위의 역할이 파사현정(破邪顯正) 기회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19대 출범과 함께 총선 공약들이 염불로 끝나지 않고 진정한 공약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대전지역 당선자들의 주요공약내용을 보면, 민자 유치와 연동한 유성지역에 복합터미널 조기구축,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도시 건설에 대한 국비확보, 도시재생 및 주거환경정비사업 지원법 제정, 도청이전지원특별법 개정과 활용방안, 원도심 활성화 지원방안, 도시철도2호선 등 굵직굵직한 현안 사업에 대한 해결의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공약들이 4년 내 차근차근 이루어지도록 민ㆍ관ㆍ정의 협력관계가 유지되어 긴 터널에서 헤매고 있는 건설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도록 공생발전에 힘을 모아야한다. 건설은 지구과학이다. 인간성과 반목한다. 인류의 이성과 산업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철도와 도로, 교량, 댐도 반복적이고 위협적이며 자연훼손, 스트레스가 많은 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다.
건설을 비평하는 사람들도 아침마다 도로와 교량을 건너 튼튼한 건물 안에서 안심하고 직무를 보고 생활공간으로 쓰고 있으면서 건설 산업을 우리사회의 비인간적인 면이라고 꼬집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평하는 사람, 비평받는 사람 모두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건설 산업이 미래 선도 산업으로 새 지평을 여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라는 걸 깨달았으면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