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직업 공무원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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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직업 공무원에게 고함

[월요아침]이용우 부여군수

  • 승인 2012-04-29 13:19
  • 신문게재 2012-04-30 20면
  • 이용우 부여군수이용우 부여군수
▲ 이용우 부여군수
▲ 이용우 부여군수
현재 지방의 중소 도시는 인프라 부족에 따른 자생력을 상실해 지역의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에너지원이 고갈된 상태다. 지방정부 재생의 종잣돈 마련을 위한 중앙정부의 긴급수혈이 절실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제 자리 걸음으로 맴돌기만 하고 지역 민심은 개발 지상주의에 갇혀 있다. 단체장의 평가는 언제부터인가 중앙정부의 로비력으로 평가되고 있는 세상이다.

제도 정착이 먼 산 너어 불구경이니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게 되었다. 지역발전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결국 사람이다. 지방정부의 명운이 공무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업 공무원은 고용없는 저 성장 기조가 전 세계적인 상황에서 가장 촉망받는 직업중의 하나다. 채용 시험마다 상상할 수 없는 스펙으로 무장한 우수 인재들이 수백 대 1의 관문을 뚫고 공직에 입성하고 있다. 공직의 특수성에서 오는 영원한 갑의 지위, 직업의 안정성, 확실한 퇴직 후 연금보장, 개선된 급여체계 등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오늘날 새로운 중산층으로 지방정부의 핵심 인재집단으로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시절 공무원을 빗댄 조어들이 있었다. 철밥통, 복지부동, 신마저 탐내는 직장, 영원한 갑 등이다. 공무원은 취임시 선서를 한다. “정직과 성실로 직무에 전념하고 창의적인 노력과 능동적인 자세로 소임을 완수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윤리헌장에는 “국가에 대한 헌신과 충성, 국민에 대한 정직과 봉사, 직무에 대한 창의와 책임, 직장에서의 경애와 신의, 생활에서의 청렴과 질서” 등이 핵심 덕목이다. 이대로만 하면 된다. 안하니 딴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제 공직자들도 과거의 적당주의, 보신주의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미래를 선점하고, 맡은 바 일에 프로정신으로 임해야 한다. 세상이 수평화 되었다. 민원인이 공무원들보다 한 수 위에 있는 세상이다. 옛날처럼 대충하다가는 금방 밑천이 탄로 나고 망신 당하기 십상이다. 인ㆍ허가와 단속권 등을 무기로 주민을 전 근대적인 갑ㆍ을 관계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특히, 주민 한 사람 한 사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과거처럼 밀실에서 몇 사람 모여서 사업 만들고 추진하다 잘못되면 모르쇠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오늘의 시대는 지식 대중화 시대이자 용광로와 같은 집단지성이 분출하는 세상이다. 과거 천재 1명이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외쳤던 대기업들도 애플 앱스토어에 자극받아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제품개발에 응용하고 있다. 소수가 세상을 주도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다수의 영향력은 사회, 경제, 문화 부문에서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 그동안 관 주도의 정책수립과 추진 전략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민간이 참여해 가치를 창출하고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자치운영을 업그레이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자치 단체장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해봐야 유식한 말로 고장난명(孤掌難鳴)이다. 단체장이 선두에서 서고, 적재 적소에서 공무원이 네트워킹화 되어 공동으로 시너지를 내야 앞이 보인다. 히딩크식 마법이 필요한 것이다. 모두가 각자 맡은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할 때 자치단체는 발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중요하고 공무원들이 서로 소통해야 한다.

특히, 과거의 잘못된 완장문화로는 앞서가는 주민들의 눈높이를 결코 맞출 수 없다. 지역 발전과 주민 복리를 책임지는 공인이라는 투철한 공직관과 사명감이 필요하다. 주민의 손과 발이 되고 때로는 효자손 되는 것은 기본이고 본받을 사람이 없는 우리사회에서 어린아이들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날 지역을 위해 무엇을 했고 무엇을 남겼는가, 최소한 후회하는 부끄러운 공직자가 되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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