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지으려면 가장 기본이고 중요한 게 땅입니다. 충남도가 당초 5000㏊의 농지를 마련해준다고 하지 않았으면 이토록 덥고 힘든 것에 오려고 했겠습니까? 최소한 10분의 1인 500㏊라도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농지도 없이 어떻게 해외농업을 할 수 있고 식량기지를 만들 수 있습니까? 농민들을 오지에 몰아넣고 망하라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충남도와 도지사를 믿고 해외식량기지 개척에 나서 4년째 악전고투를 벌이는 농민들은 지금이라도 충남도가 토지약속을 지켜준다면 해외영농은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들이 이완구 전 충남지사와 공무원으로부터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지원내용은 크게 7가지다.
농민들은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농지에 대한 약속이행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 <표 참조>
5000㏊의 농지제공은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로 충남도 역시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캄보디아 반티에 미연쩨이주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충남도는 이후 캄보디아에 농지를 마련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농민들에게 스스로 농지를 사들이거나 임대해 자력으로 해외식량기지를 만들도록 했다.
농민들은 이어 곡물저장 사일로와 농기계 등 기간시설과 장비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김영석 충남해농회장은 “충남도가 지난해 건조시설에 3억9000만원만 지원하고는 모든 지원을 한 것처럼 하고 있다”며 “해상운송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기 위한 곡물사이로 등 당초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전기 50대도 지원 대상이었다. 충남도는 충남버스운송조합에 폐차용 버스 엔진 50대를 지원받아 이를 발전기로 만들어 농민들에게 지원키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전기를 수입해 사용하는 등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현지사정을 고려한 것이지만 지금껏 단 1대도 지원되지 않았다.
종자개발을 위한 농업기술지원도 지원키로 했지만, 묵묵부답이긴 마찬가지다. 충남도 농촌연구원을 통해 종자개발 전문연구원 3명을 지원하는 약속이 있었다고 농민들은 주장하지만, 충남도는 단 1명도 현지에 파견해 상주시키지 않았다.
이같은 농민들의 주장이 신뢰성을 얻는 것은 충남도가 만든 각종 보고서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충남도는 2008년 11월 현지조사를 마치고 작성한 '캄보디아 해외 농업협력을 위한 조사결과'에서 옥수수 생산 시 건조장 및 보관창고 설치비를 보조 지원토록 했다.
이와 함께 “캄보디아 진출을 희망하는 생산자 단체에 토지임대료(70년) 130억 원과 토지개간비 39억원 장비구입비 69억원 등을 지원하려 했었다.
구체적인 투자비용도 조사해 참고자료로 첨부했는데 우선 투자를 위한 기반시설로 하루 200t 용량의 건조시설, 탈립기, 계량기, 스키드로더 등 2000㎡에 4억 원의 비용 소요를 예측했다. 보관시설도 농장과 항구에 각 6기씩 3만6000t을 보관할 농산물 사이로 설치비용으로 4억5000만원을 세웠다. 농기계도 트랙터 31대, 경운 작업용 쟁기 31대, 쇠토작업용 로터리 28대, 파종 시 25대, 수확기 50대 등 5종 165대의 중고 농기계를 69억 원에 사들이려 했다.
이 같은 비용은 생산자단체로 구성된 진출희망업체(영농법인)를 설립해 농업진흥기금 또는 국가자금을 장기저리로 융자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2009년 1월 작성된 사료 곡물 확보를 위한 해외농업기지 구축방안(요약)에서도 충남도는 초기수준의 RPC를 설치하고, 중고버스엔진 30대(2억 원) 및 도정시설 1기(20억 원)를 차관형태로 지원하고 옥수수로 3~5년 내 현물 상환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재원대책은 캄보디아와 충남도, 영농조합이 각자 토지와 기반조성, 경영비를 서로 부담하는 것으로 사업이 계획됐었다. 충남도는 시범적으로 500㏊에서 사료용 옥수수를 생산하면 필수투자비를 21억3900만원으로 산출했는데 토지(5억 원)는 캄보디아 반티엔 미연쩨이주에서 현물 출자하고 충남도는 기반조성비(4종) 10억500만원, 농지조성 3억 원, 중고농기계(17대) 4억1500만원, 건조시설(1동) 2억 원, 보관시설(2동) 9000만 원을 투자키로 했었다. 충남도 투자금은 해외농업개발 참여유도 차원에서 보조지원(현물출자)할 방침이었다. 참여 농민들은 농자재비, 인건비, 운영비 등 경영비 6억3400만원을 부담토록 했었다.
이우창 충남해농대표는“충남도는 농민들에게 장미빛 환상을 심어주고는 투자를 하도록 유도한 뒤 토지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되자 발을 빼버렸다”며 “토지를 우선 해결해 주면 해외영농은 수년내 제대로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당시 만들어진 문서들은 캄보디아가 5000㏊ 농지를 제공한다는 전제 조건에서 지원대책이 만들어진 것이며 확정안이 아니었다”며 “건조장에 3억9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나름대로 사업정착을 위해 지원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는 도지사가 직접 사업을 챙길 정도로 주요 정책사업으로 추진됐고 이후 물러나면서 추진동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영농은 여전히 충남도의 주요 사업”이라며 “하지만 영농법인에 지나친 지원을 해 줄 경우 형평성 등의 문제도 고려해야 했다”고 밝혔다.
천안ㆍ서산= 맹창호ㆍ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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