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이 굉장한 슈퍼히어로들을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매력적인 유혹은 없을 듯하다. 그래서 코믹스 팬, 액션 팬들이 목을 빼고 4월을 기다렸고, 드디어 꿈은 이루어졌다. '어벤저스'는 기대에 걸맞게 슈퍼히어로 올스타전을 호쾌하게 펼쳐낸다.
슈퍼히어로 군단 탄생 배경은 이렇다. 로키가 에너지원 '테세렉트'를 쉴드(S.H.I.L.D-세계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비밀기관)에서 훔쳐가면서 세계는 위험에 빠진다. 테세렉트는 캡틴 아메리카가 레드 스컬로부터 지켜낸 큐브고, 로키는 지난해 개봉된 '토르: 천둥의 신'에서 왕좌를 노리다 토르에게 패배한 토르의 이복 동생이다.
외계인 대군을 이끌고 세계 곳곳을 파괴하는 로키를 인간의 힘으로는 당해낼 수가 없다. 쉴드의 국장 닉 퓨리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슈퍼히어로들을 불러들이고, 닉 퓨리의 지휘 아래 슈퍼히어로 연합군인 '어벤저스'가 탄생한다.
70년간의 동면에서 깨어난 냉전시대의 인간 병기 캡틴 아메리카를 리더로 뺀질뺀질한 천재 과학자 토니 스타크(아이언맨), 오만한 천둥의 신 토르, 이성을 잃으면 눈에 뵈는 게 없는 녹색 괴물 헐크, 쉴드의 요원 '신궁' 호크 아이, 홍일점으로 '슈퍼 솔저' 블랙 위도우가 합세한다. 슈퍼히어로들이 모인 만큼 스케일은 압도적이고, 기대를 뛰어 넘는 액션과 스펙터클이 화면을 채운다. 게다가 액션 장면 사이사이 굵직한 웃음 폭탄과 자잘한 유머를 깔아 재미를 더했다.
각자 '한 성깔'하는 캐릭터들이 모였으니, 개성을 드러내며 '나'에서 '우리'가 되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우려는 잊어도 되겠다. 조스 웨던 감독은 각각의 캐릭터에게 시간과 비중을 공평하게 배치함으로써 이 어려운 숙제를 영리하게 풀어냈다.
예상하다시피 슈퍼히어로들이 하나로 뭉쳐 임무를 수행하기까지 과정이 순탄할 리 없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이들이니 불협화음은 정해진 수순이다. 웨던은 티격태격 불협화음을 흥미롭게 그리다가 자연스럽게 화음으로 이끄는 솜씨를 발휘한다.
서 말 구슬을 매끈하게 꿰어낸 웨던 덕에 '어벤저스'는 원작 코믹스 팬들은 물론이고 코믹스를 알지 못하는 일반 관객들도 만족할만한 영화로 탄생했다. '아이언맨', '토르: 천둥의 신', '인크레더블 헐크', '퍼스트 어벤저' 등 마블의 이전 영화들을 보지 않았다고 해도 즐기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어벤저스 멤버들조차 두려워하는 가공할 힘을 지닌 헐크가 로키를 패대기치는 장면은 누군들 신이 나지 않겠는가.
클리블랜드 시내를 4주간 통제하고 찍었다는 마지막 전투신과 쉴드의 비밀요새 헬리캐리어의 디자인은 마블의 종합선물세트답게 명불허전이다. 마블 스튜디오, 더 정확히 말하면 마블을 인수한 월트디즈니는 21세기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혔다. 그것도 꽤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꿰었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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