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시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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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의 앞선 두 시집은 각각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독특한 감성과 섬세한 언어로 노래한 첫 번째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적 정서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몇 년 후 발표한 두 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서 시인은 일상의 언어로 신비의 세계를, 낯익음 속에 감춰진 낯섦의 세계를 막힘없이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깊이로 표현함으로써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그 뒤 시인은 10년 넘도록 외국의 시와 고백록, 기도문을 번역해 소개하거나 인도, 네팔 등지를 여행하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 같은 여행기를 썼고 새 시집 출간과는 거리를 둬 왔다.
시집 출간이 늦은 이유에 대해 시인은 짧은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시집을 묶는 것이 늦은 것도 같지만 주로 길 위에서 시를 썼기 때문에 완성되지 못한 채 마음의 갈피에서 유실된 시들이 많았다. 삶에는 시로써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이번 시집에는 긴 시간의 시적 침묵이 가져다 준 한층 깊어진 시의 세계가 있다. '시는 삶을 역광으로 비추는 빛'이라는 그의 말을 증명하듯, 시인의 혼이 담긴 56편의 시에는 상처와 허무를 넘어 인간 실존의 경이로움과 삶에 대한 투명한 관조가 담겨 있다.
또한 오랜 기간 미발표 상태에서 써 온 시들을 모은 것이라 시의 소재와 주제의 다양성도 이 시집의 특징이다. 그러나 그 다양한 노래 속에서도 시인은 “세상의 벼랑 중에 마음의 벼랑이 가장 아득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홍섭은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빠스의 “시인은 언어에 봉사하는 자”라는 말을 인용, “시인은 언어에 봉사함으로써 언어의 본성을 되돌려 주고, 언어가 자신의 존재를 회복하게 해 준다”고 했다. 문화의 숲/류시화 지음/146쪽/8500원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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