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사실, 천연자원이 빈약한 한국으로서는 무역을 통해 외국에서 원재료 및 중간재를 들여와 가공하여 수출하지 않고는 지금과 같이 높은 국민소득과 생활수준을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1964년에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이후, 1971년 10억 달러, 1977년 100억 달러 그리고 2011년에는 5000억 달러의 수출을 달성하면서 수입을 포함해 무역규모 1조 달러의 무역 강대국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60년대에 고사리와 텅스텐 등 천연광물자원을 수출하던 나라에서 이제는 수출품목이 반도체, 선박, 평판디스플레이, 석유제품 그리고 휴대폰 등 첨단 고부가가치제품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이 지금의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대를 넘어서서 3만 달러, 4만 달러의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출품목을 지속적으로 고부가가치화하면서 동시에 세계 여러 나라와의 교역량을 더욱 늘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은 현재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다자간 무역체제인 세계무역체제(WTO)보다는 양자간 무역체제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하는 것이다.
세계무역체제(WTO)는 전세계 모든 회원국에 최혜국대우를 보장해주는 다자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반면에 자유무역협정(FTA)은 양자주의 및 지역주의적인 특혜무역체제로 협정회원국에만 무관세나 낮은 관세를 적용한다.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시장이 확대되어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의 수출과 투자가 촉진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협정대상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ㆍ미자유무역협정의 경우, 한국이 미국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자동차, 전자업종 등 제조업 부문은 수출이 촉진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에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교열위에 있는 농축산업, 서비스업 및 제약 등의 분야에서는 미국산 제품에 밀려 국내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는 점이다.
일단 한ㆍ미FTA가 발효된 지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그 간의 결과를 보면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큰 것 같다. 체리와 와인을 비롯한 미국산 농축산물 및 농축산 가공품의 값이 내려간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직접적으로 수입한 물품의 가격이 인하된 것뿐만 아니라 이들 미국산과 경쟁관계에 있는 칠레산 포도와 와인 등 다른 국가에서 수입한 제품 가격도 인하 내지는 적어도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결과를 간접적으로 보이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에는 외국산 자동차의 수입이 늘면서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의 판매가 위협을 받으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가 소비자를 향해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2000cc 이상 할인 마케팅 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FTA로 인해 거의 독과점 체제하에 있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수입 차종이 들어옴에 따라 국내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져 수입 차종으로 다양화되려는 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결과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독과점적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어 해외시장에서 보다 높은 가격과 소홀한 사후서비스로 불만을 사고 있던 국내완성차 업체가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한ㆍ미자유무역협정은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가장 큰 교역상대국인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상 체결을 위한 출발을 하였고, 궁극적으로는 일본과도 같은 협상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도 한ㆍ미자유무역협정의 경과를 차분하게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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