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다시 인성(人性)이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희수]다시 인성(人性)이다

[목요세평]김희수 건양대 총장

  • 승인 2012-04-25 14:25
  • 신문게재 2012-04-26 20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최근 학교폭력으로 인한 중고생 청소년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또래 청소년들이 한 친구를 무자비하게 때려 숨지게 하고 야산에 암매장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가정과 사회에는 물론 이들의 교육을 맡고 있는 학교에도 큰 반향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이번 사건들은 정부와 사회가 학교폭력을 막아보겠다고 갖가지 노력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보란 듯이 발생한 것이어서 황망스럽기까지 하다.

최근 밝혀진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18.3%가 학교폭력의 피해를 당한 적이 있으며 15.7%는 가해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의 34%가 학교폭력에 노출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초등학교가 가장 심하고 학년이 내려갈수록 더 심하다는 사실에서 학교폭력의 저연령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즉, 초등 4~6학년이 46.2%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초등 1~3학년이 26.5%, 중학교 1학년이 12.5%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10대 청소년의 수가 전국적으로 7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청소년도 연간 4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통계를 보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있는 청소년들의 폭력은 속수무책일 것이라는 생각에 자조적인 한숨부터 나온다.

결국 이같은 학교폭력은 자살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의 31%가 자살을 생각해보았다는 통계는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누구의 잘잘못을 탓하기 보다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자살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을 살리기 위하여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지 교육부의 책임, 교사들의 책임으로만 떠넘길 수는 없다. 모든 것이 가정교육에서 출발함을 생각해볼 때는 부모들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가정과 사회와 학교의 3자 공동책임이랄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유교적 영향이 강하여 어려서부터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최대의 덕목으로 가르쳐 왔다.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는 '붕우유신(朋友有信)', 즉 “벗의 도리는 믿음에 있다”는 한마디의 가르침으로 족했던 것이다.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가르침인 '인륜(人倫)'을 바탕으로 한 바로 '인성(人性)'에 대한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인성은 인간성, 인격, 인간 등과 같은 뜻의 말로 '사람의 성품'을 가리키기도 하고 또는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그래서 성현들의 가르침에 “먼저 사람이 되라”는 말씀은 바로 이 인성의 의미를 바른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폭력의 해결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이 인성을 되찾게 해주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인성이 바른 사람은 친구와 싸울 일도 친구를 괴롭힐 일도 없을 것이고 그것은 바로 '오륜'의 실천으로 연결되어 나라에 애국하고, 부모를 공경하고, 부부간에 화목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고, 친구간에 믿음이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도 개교 초기에는 '인성 중심대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입학하면 2박3일간 인성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키곤 했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인성의 가치가 취업에 밀려 언제부터인가 '취업 중심대학'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인성'이 최고의 가치라는 생각은 변치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교육부가 국가 차원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해 발표한 '학교 진로교육의 목표와 성취 기준'도 아쉬움이 크다. 가장 중요한 '인성'에 대한 강조가 빠졌기 때문이다. 인성을 바탕으로 한 자아 이해와 사회적 역량개발, 인성을 바탕으로 한 진로탐색이 이루어져야지, 인성이 빠지면 모두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라도 다시 인성을 강조하고, 인성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요즘 세태를 보며 느끼는 나의 생각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