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밤 대전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오후 10시 18분께 한 여성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 온 것. 하지만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던 여성의 목소리는 이내 통화 중단음과 함께 사라졌다. 최근 수원 20대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을 겪은 터라 경찰도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순간 신고 접수 경찰관의 기지가 발휘됐다. 해당 경찰관은 몇 초 간의 짧은 통화 내용에서도 신고자의 위치를 확인할 단서를 포착해 냈고, '얼마전 전화했던'이라는 신고자의 말을 토대로 112 신고 기록을 확인했다.
다행히 신고 기록에 열흘 전 쯤 두 차례에 걸쳐 동일 전화로 “스토커가 창문에 돌을 던지며 창문으로 들어오려 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경찰은 즉각적으로 당시 접수된 신고자의 주소지로 순찰차 4대를 출동시켰고, 출동한 경찰은 신고자의 집에서 신고 여성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한 남성을 현장 체포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 남성은 피해 여성의 예전 남자친구로 피해 여성이 만나주지 않자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창문을 통해 여성의 집에 침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남성을 주거침입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의 발빠른 대응이 빛난 사건이었다. 다행히 신고 여성에게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으나, 수원 사건으로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던 경찰도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 듯'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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