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업들은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비가 저렴한 곳을 찾아가는 일은 당연하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전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세종시 건설과 과학벨트 조성 등의 요인으로 오를 대로 오른 땅값에, 대부분 지역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장 증축 등 설비투자를 계획 중인 기업들은 대전을 속속 빠져나가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우선 국내 '족발의 명가'로 불리는 장충동왕족발은 2008년 대전과 진천공장을 통합한 청원공장을 완공했다. 청원군 현도면에 위치한 청원공장은 토지면적 3만6172㎡에 건물 면적이 약 8900㎡에 이르는 대규모 공장이다.
이어 진미식품은 2009년 3월 충북도ㆍ괴산군과 함께 투자협약(MOU)을 체결하고, 지난해 10월 괴산공장을 완공했다. 괴산공장에서는 고추장을 비롯해 쌈장, 된장, 춘장 등 장류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대전과 괴산공장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는 진미식품 송인섭 회장은 “본사만큼은 대전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덕산단의 중견기업인 미래생활과 라이온켐텍도 설비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잘 풀리는 집'화장지 제조업체인 미래생활은 청원에 부지를 매입해 지난해 말 공장을 완공한 상태로 현재 가동하고 있다. 청원공장은 현 대전공장의 3배 규모다. 현재 대전공장은 일부 생산라인만 가동 중이다. 라이온켐텍 역시 청원에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또 지역 중견기업인 길산스틸은 계룡에 이미 대규모 공장을 조성했고, 야구배트 제조업체인 맥스(휴즈)는 지난해 금산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밖에 대전산업단지를 대표하는 삼영기계도 대전을 떠난다. 공주시 월미농공단지 내에 대규모 신축공장을 조성 중인 삼영기계는 오는 11월 본사를 공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대전공장에는 소형 가공물을 제조하는 설비가 조성된다.
대덕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대전에서 신규로 설비투자를 하기는 토지나 비용 등을 감안해 쉽지 않다”면서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저렴한 토지를 찾아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대전상의는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기업에 대한 지원 활성화로 타지역 이탈을 방지하는 대책마련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기업지원과 측은 “신규 산단 조성을 위한 대체부지 마련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금지원 등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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