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 식량주권을 위해 캄보디아 해외영농에 참여했다가 큰 피해를 입은 농민 장은만씨가 서산시 자신의 목장에서 최근 입식한 젖소에 사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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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캄보디아에 5000㏊의 농지를 제공한다는 말을 믿고 2009년 운영하던 젖소농장을 정리하고 캄보디아로 떠났던 장은만(58ㆍ서산시 갈산동)씨. 지난 2년여 좌절감에 자살까지 고민했던 그는“지금도 해외식량자원이란 말만 들어도 울화통이 터져 나온다”며 취재기자에게 역정을 냈다.
장씨가 해외영농에 뛰어든 것은 2008년. 들쭉날쭉한 옥수수 값에 사료값이 춤을 췄지만, 그해는 바이오 오일로 폭등세를 보이면서 가축의 끼니를 걱정할 정도였다.
“안정적 사료공급이 없는 축산은 미래가 없다는 것이 축산농가 공통의 고민이었죠. 그러던 중 충남도 해외영농 제안은 우리의 희망으로 떠올랐습니다.”
충남도는 2008년 캄보디아에 농지를 제공하겠다며 농민조합 모집에 나섰다. 이완구 전 충남지사는 백제문화제 홍보를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했다가 농업공동개발을 제안받았다. 장기 임대방식의 조차협상에 나섰고 실사단이 파견된 상황이었다.
장씨는 평소 어렵게 모은 1억여 원을 영농법인에 모두 출자했다. 그리고는 아예 현지에서 농사를 짓겠다며 농업참여를 신청했다.
“50대를 훌쩍 넘긴 나이에 캄보디아에서 농사라니, 온 집안이 난리였죠. 아내는 이혼하고 가라며 눈물을 흘렸지만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며 윽박질러 달랬다”며 “돌아올 곳이 있으면 딴 생각이 나서 안될 것 같아 기르던 젖소 160마리를 모두 팔아치웠다”고 당시의 비장했던 심정을 말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2009년 초 캄보디아 씨엡립 현지로 동료 3명과 떠났다. 하지만, 장 씨의 희망은 캄보디아 도착 이후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현지 지방정부가 농지제공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3개월 여를 허비했다. 제공된 땅도 생각보다 오지였다.
개간을 준비하던 장씨 일행을 더욱 황당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반티에 미연쩨이주지사가 제공하겠다는 땅의 지목이 산림보호구역으로 농사자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캄보디아 농산부의 통보 때문이었다. 더욱이 무상제공을 하겠다던 약속에서 ㏊당 800달러의 조차비용이 요구됐다. 매년 ㏊당 3달러씩의 사용료와 수익금 일부를 내놓으라는 요구까지 이어졌다.
이때부터 토지를 제공하겠다던 충남도는 입장을 바꿔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해외영농을 적극 추진하던 이완구 도지사가 세종시 문제로 사퇴하자 그나마 공무원들은 농민들을 만나는 것 조차 피하기 시작했다. 농지 등 약속된 7대 지원대책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무용지물이었다.
농민들은 토지조사에 출장, 공무원접대 등 수억원의 경비만 부담해야 했다. 이우창 충남농업개발 대표는 “캄보디아 씨엡립과 반티에 미연쩨이주에서 사용된 경비만 3억~4억원에 달했다”며 “충남도는 영농조합에 이 모든 경비를 떠넘기고는 관광만 즐긴 셈”이라고 비난했다.
장씨 등 충남도 농민들은 결국 자리를 옮겨 새로운 정착을 시도했다. 찾아낸 농지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남측 100㎞지점인 캄퐁스프. 캄보디아 내전 퇴역 군인들의 집단 거주지 인근으로 일명 '훈센 빌리지'로 불리는 곳이다.
이 곳에서 장씨 일행은 474㏊의 농지를 사들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약금과 중도금 14만달러만 날리고 농지를 받지 못했다. 현지 토지거래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진입로 공사비를 포함 또 다시 3억~4억원의 돈이 날라갔다.
충남해농법인 김영석 회장은“현지에서 허가가 완료됐다고 해 굴삭기 등 중장비 10여대로 농지를 개간하는데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군인 30여명이 실탄으로 위협을 했다”며 “모든 서류는 가짜였고, 농민들은 생명의 위협만 받고 맨몸으로 쫓겨났다”고 당시 위협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농업의 독립운동가를 자처한 장씨는 몸고생 마음고생에 만신창이가 돼 한국에 돌아와 방황을 거듭하다 최근에야 젖소 60여 마리를 입식해 다시 농사를 시작했다.
장 씨는 “지난 2년여 동안 여러차례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생각했었다”며 “충남도와 도지사를 믿고 모든 것을 걸고 해외식량개척에 나섰다가 만신창이가 된 농민들의 억울함은 도대체 누가 풀어주냐”고 눈물지었다.
서산ㆍ캄보디아 캄풍스푸=맹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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