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생일잔치 - 나눔과 배려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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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생일잔치 - 나눔과 배려의 잔치

[우리문화를 아시나요]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 승인 2012-04-24 15:33
  • 신문게재 2012-04-25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생일은 세상과 처음 만나는 날이다. 엄마와 만나고 가족과 만나는 날이다. 그러므로 가장 소중한 날이다. 이 날이 오면 누구나 설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한다. 이 세상에는 기념일도 많지만 이 날 만큼은 잔치를 한다. 주변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이 날을 시작으로 하여 백일, 돌, 회갑잔치도 한다. 이 날 역시 생일의 주기에 따라 하는 잔치로 그 바탕은 생일이 된다.

요즈음은 배우자와 첫 만남이나 백일, 천일 등도 기념하고 결혼기념일뿐만 아니라 은혼식, 금혼식도 챙기기도 하지만 이런 의식들은 잔치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기념일로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생일잔치만큼은 달랐다. 생일잔치는 나와 가족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와 함께 하였다. 백일이나 돌에는 떡을 집집마다 돌리면 떡을 받는 사람은 정성이 담긴 답례를 하곤 했다. 돌을 지난 어린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생일잔치를 하였지만 성인이 되어서 결혼한 뒤 분가를 하거나 자손들이 장성하면 해마다 생일잔치를 했다. 특히 노부모를 모시는 집에서는 한 해도 빠짐없이 생일잔치를 해 노부모님의 만수무강을 빌곤 했다. 이때는 자식들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과 친척, 친지들은 물론이고 온 마을 사람들을 초대해 조촐하지만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나누면서 생일을 축하하곤 했다.

주로 이른 아침부터 집집마다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아침 드시러 오실 것을 청하곤 했다. 생일잔치를 벌이는 집안의 아낙들은 음식 장만에 여념이 없었으며, 주로 남자아이를 비롯한 남정네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집집마다 찾아가서 아무개어른의 생일잔치가 있으니 아침 드시러 반드시 오시도록 알리러 온 마을을 바삐 돌아다니곤 하였다. 나이 드신 마을 할머니들은 마을의 어린이로부터 가장 나이 많으신 어른에 이르기까지 생일날을 헤아리고 계셨다.

지금 생각해도 매우 신기한 일이다. 어디에 적어놓으신 것도 아닌 데 오늘은 아무개네 아무개생일이라고 말씀하시곤 하였다. 그러면서 은근히 생일잔치 집에서 아침 드시러 오시도록 알리러 오는 것을 내심 기대하고 계셨다. 모시러 오지 않으면 매우 서운해 하시면서도 그 집안에 어떤 변고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시곤 하였다. 아무리 생일잔치라 하더라도 그 집안에 변고가 있거나 큰일을 치르는 경우에는 생일잔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일도 없거나 다른 일을 핑계로 생일잔치를 안 하면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어르신들의 생일잔치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온 마을 분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요즈음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일잔치는 온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잔치중의 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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