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논의했더니 교사들 그저 웃기만…”

  • 사회/교육
  • 교육/시험

“일진 논의했더니 교사들 그저 웃기만…”

일선학교 실체 파악 안돼 진땀 “학생들 개념조차 제대로 몰라” 일부 “조사결과 황당하다” 불신 표출

  • 승인 2012-04-23 18:55
  • 신문게재 2012-04-24 1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학교폭력실태 조사 '후폭풍'

일선 학교가 학내 일진 학생을 파악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체를 찾기가 쉽지 않아 진땀을 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사 결과에 '황당하다'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등 불신감이 팽배한 상태다.

23일 지역교육계에 따르면, 교과부의 제1차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가 전달되면서 일선 학교가 일진의 실체를 파악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등 후폭풍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수조사 결과, 대전의 경우 초등학교와 고교에서는 평균 20%, 중학교에선 40%를 넘는 학생이 '학교에 일진 있다'는 일진 인식 비율이 나왔다. 학교에서는 조사 결과를 강하게 불신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A 중 교장은 “몇몇 학생과 상담해봤더니,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학생을 언급할 뿐, 솔직히 일진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B 초 교감은 “인식비율이 10%대가 나와 교무회의 때 논의를 했더니 교사들이 그저 웃기만 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C 중의 체육교사는 “우리 학교는 비율이 다소 높아 자체적으로 파악한 리스트에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상담했다. 위에서는 일진을 도대체 어떻게 규정하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했다.

홈페이지에 게재하지 않고, 조사 결과 자체를 무시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D 중 교장은 “여러 교장과도 얘기했는데, 믿을 필요도 믿을 이유도 없다고 했다”며 “오히려 조사에 열심히 응한 학교만 웃기게 된 꼴”이라고 꼬집었다.

전교조도 거들었다. 전교조 대전지부(지부장 권성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회수율이 고작 25%에 그쳤고, 그마저도 신뢰도가 바닥인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한 것은 졸속을 넘어 한 편의 삼류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서구의 모 초교는 526명 학생 중 505명이 응답해 회수율이 96%에 달했지만, 일진인식수가 203명에 달했다.

 동구 모 중의 회수율이 95.6%인데 반해, 서구의 모 중은 전체 630명 중 설문 응답자가 2명으로 회수율이 0.3%에 그쳤지만, 이 중 한 명이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해 피해응답률은 50%가 됐다.

 권성환 지부장은 “엉터리 조사 통계 탓에, 폭력학교로 낙인찍힐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학교장과 교사들은 ‘배신당했다’, ‘2차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윤희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