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비행역학제어팀 박사 |
날로 증가하는 우주쓰레기로 인해 인공위성의 안전과 우주탐사 활동이 방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임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만든 뉴스였다.
우주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러시아를 비롯해 최근 우주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등 많은 우주개발 국가들이 이러한 국제규범을 지키는데 동참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현재의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우주쓰레기를 직접 치우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인공위성을 만드는 만큼이나 크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주개발 선진국들이 우주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제규범 제정을 통해 급격한 증가 추세를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사실은 1957년 최초의 우주탐사가 시작된 이래 대단히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주환경 악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변화는 장기적으로 우주개발 과정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인공위성이나 우주탐사선을 발사하기 전에 우주쓰레기와의 충돌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으나 앞으로 이에 대한 보다 정확한 분석과 예측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우주개발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해 운용하고 있는 우주물체 충돌위험 분석시스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려는 국가들의 필수 아이템이 될 것이다.
실제로, 2007년 중국의 자국위성 요격실험과 2009년 미ㆍ러 인공위성간의 충돌 사건 이후 지름 10㎝ 이상의 우주쓰레기가 1만2000여개에서 2만2000여개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후 미국 합동우주전략사령부는 자국위성의 안전을 위해 제공하던 우주물체 근접경보 메시지를 위성을 운용하는 주요 국가들(한국 포함)에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66개의 인공위성을 운용하면서 상용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리듐은 우주충돌 사건 이전에 충돌위험이 예측되었더라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직접적인 충돌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운용 정책을 유지하다가 사건 이후 급히 우주물체 충돌위험 분석시스템을 도입하여 현재는 주기적으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회피기동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이미 발생한 우주쓰레기들과의 충돌위험을 감지하고 대처하는 시스템만으로는 앞으로의 연쇄 충돌에 대한 궁극적인 대비책이 될 수 없다. 궁극적으로 막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우주쓰레기를 직접 청소하기 위한 제거기술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미국 NASA는 2011년부터 미래 도전기술 과제 중의 하나로 우주쓰레기 제거기술을 선정하여 집중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2015년께 시험용 우주쓰레기 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도 2020년까지 본격적인 우주쓰레기 청소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최근 스위스 로잔공과대학에서 우주쓰레기용 시험위성을 개발하기로 한 소식은 우주쓰레기 청소를 위한 노력과 관심이 일부 국가나 기관에 한정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주쓰레기 제한을 위한 국제규범이 강제조항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주환경 악화로 인해 우주개발의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기 전까지 안전한 항공기 운항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국제민간항공조약처럼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국제규범에 의한 우주쓰레기 발생 방지 요구를 따르기 위해서는 한국도 수명 종료 후 위성의 폐기기술, 위성 발사에 따른 우주쓰레기 처리기술 등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주쓰레기로 인한 우주환경 악화는 현실이므로, 우주개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우리나라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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