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자]결혼불능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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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자]결혼불능세대

[직선곡선]김숙자 편집팀 차장

  • 승인 2012-04-23 14:01
  • 신문게재 2012-04-24 21면
  • 김숙자 편집팀 차장김숙자 편집팀 차장
▲ 김숙자 편집팀 차장
▲ 김숙자 편집팀 차장
“고소 공포증보다 더 무서운 게 뭔지 아니? 시월드, 시댁월드….”

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차윤희의 시집살이에 대한 두려움의 외침이다.

시집살이하는 결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능력 있는 고아 남편'과 결혼한 차윤희에게 '넝쿨째 굴러온' 시댁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윤희가 말한 시월드란,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처럼 '시(媤)'자가 들어간 사람들의 세상, 즉 '시댁'을 말하는 신조어다. 재치있는 인터넷 용어다. '넝쿨당'은 한국사회의 고부갈등에 대해 코믹하고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로 전국 며느리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의 고부갈등은 어떨까? 한 해 1만 쌍 정도가 '부부갈등'이 아닌 '고부갈등'으로 이혼하게 된다고 하니 심각한 수준이다. 이 중 배우자는 물론 시부모에게까지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사흘 굶은 시어머니 상 같다'라는 말이 있다. 보기 흉할 정도로 몹시 찌푸린 얼굴을 이르는 말인데 궂은 날씨를 표현할 때 많이 쓴다. 시어머니에 한맺힌 속담은 유독 많다. '시어머니 심술은 하늘에서 타고난다', '시어머니 웃음은 두고봐야 한다', '새 사람 들어와서 3년 나기 어렵다', '오래 살면 시어미 죽는 날도 있다'. 옛날 며느리들의 시집살이가 얼마나 한스러웠으면 모두가 한결같이 흉이나 욕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속담엔 시어머니 칭찬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욕을 먹을지언정 그나마 시어머니 되기도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30대 인구 미혼율은 남성이 37.9%로 10명당 4명꼴로 결혼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80년대 초부터 가속화된 남아선호 중심의 출산으로 인해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수) 불균형문제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성비불균형의 문제가 여학생 짝꿍 부족에서 신붓감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2014년 결혼적령기에 있는 1982~1986년생 남성 184만 명 중 30만 명은 다른 연령대에서 신붓감을 찾지 못하면 결혼을 못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결혼대란'이 우려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1 결혼ㆍ이혼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 연령으로 남성은 31.9세, 여성은 29.1세로 나타났는데 연상 여성과 결혼한 초혼 남성은 3만9500명으로 전체결혼의 15.5%를 차지했다. 이 중 300명은 10살 이상 차이나는 여성과 결혼했다. 결혼적령기 여성이 줄어들면서 연상연하부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아들은 꼭 있어야 한다는 남아선호 욕심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와 아들들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되었다. 결혼은 더 이상 개인 성향과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김숙자ㆍ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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