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교수가 졸업한 경북의 K고는 같은 지역 여고와 함께 충남대 재학생 동문회를 운영해왔다. 올해로 30년째지만, 출신고교와 충남대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입학생 명단 제공을 거부해 존폐위기에 놓였다.
A 교수는 “두 학교에서 매년 평균 50명이 넘는 학생이 입학할 만큼, 그동안 잘 운영됐는데, 안타깝다”며 “우리 같은 사례가 한 두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동문 주소록 발간 계획을 세웠던 B 사립대 동문회는 발간을 유보했다. 예전에는 대학 관련 부서와 학과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름과 주소 등을 담을 주소록을 자유롭게 발간했지만, 올해부터는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졸업 동문의 동의 없이 주소록에 개인정보를 게재할 경우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어 내부적으로 어떻게 할지 논의 중이다.
동문회 관계자는 “개개인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 작업량이 방대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 쉽지 않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서 학교 동문회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 제공, 파기 등 보호 기준과 처벌이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부터 본격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 적용대상이 서비스업과 1인 사업자, 의료기관 등 350만곳으로 확대됐다.
물론, 이미 공공기관과 정보통신사업자, 신용정보 제공업자 등 일부 사업자에 적용해왔다.
문제는 개인정보보호 의무가 민간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공공기관 등 대상자에 대한 적용 기준이 엄격해져 자칫 수천만원의 과태료까지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문회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대전ㆍ충남이 아닌 영ㆍ호남 등 타지역 출신 동문회일수록 심각하다.
기존 동문은 갈수록 이탈하는데, 매년 신규 회원 명단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까지 차단되면서 곳곳에서 동문회 해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 대학 관계자는 “동문회도 한 구성원이라 그동안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받았지만, 앞으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의 D 고 동문회 관계자는 “고교와 대학 측에 몇 차례 얘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여러 루트로 편법을 쓰면 가능하지만, 자칫 문제가 커질 수 있어 동문회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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