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유류세라는 알맹이를 건드리지 않은 대책은 쓸모 있는 처방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확산, 석유제품 혼합판매 등으로는 기름값 잡기 효과를 내기에는 미약하다. 주유소 유통마진을 쥐어짜는 방식도 '미친 기름값' 잡기의 본질이 아님은 물론이다.
더구나 그 방식이 정부와 대형 정유사의 책임 떠넘기기로 전개돼서도 안 된다. 제5의 정유사가 나와도 월간 휘발유 소비량의 2.27%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석유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깰 정도는 아니다. 혼합판매 확대 방침에 정유 4사는 코카콜라에 펩시콜라를 섞어 파는 격이라며 반발한다. 단순 수입업자에 힘을 실어준다는 불만도 섞여 나온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알뜰주유소도 낮은 점유율로 볼 때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기름값을 잡기엔 미미한 수준이다. 고유가로 경영난이 가중된 충남 등 버스 사업자들과 트럭, 택배업계 등도 이번 대책에 실망하고 있다. 고유가의 핵심은 원유가격 상승과 기름값의 46%에 달하는 유류세에 있다. 지난해 기름값 100원 인하가 실패한 정책이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휘발유 가격에 대한 한국납세자연맹의 주장도 들어볼 만하다. 현행 교통세에 탄력세율 30%와 기본세율 3%인 할당관세를 40%까지 낮추면 최고 310원 이상 인하할 수 있다. 환율 인상에 따라 더 걷힌 초과 세수만 포기해도 서민 부담은 확 줄어들 것으로 본다. 이런 중요한 부분은 외면하고 유통구조만 개선하는 것은 빈껍데기 정책이라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휘발유값이 ℓ당 2000원을 돌파하면서 대전도시철도와 버스 승객이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서민 압박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기름값을 낮춰 서민 경제의 고통을 더는 것,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인 소비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서민들이 유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에 유가 인하대책의 답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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