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서는 17일 “강도가 들었다”는 거짓신고로 경찰 20명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전에서는 이보다 1주일 전 “누가 죽이려 한다. 트렁크에 실려 있다”는 112 신고전화가 접수됐다. 경찰 60여명을 동원한 결과, 역시 거짓신고였고 술 취한 신고자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이런 어이없는 일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감금, 실종과 관련한 허위신고로 헛걸음하는 경우가 천안서북경찰서만 월평균 10건 이상이라는 보도다. 이 같은 허위신고는 정말로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상황에서 경찰력의 손발이 묶이게 한다. 경우에 따라 경찰의 판단능력을 흐리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경중을 가려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마땅하다. 다만 오판, 오인으로 인한 선의의 신고는 여기서 제외해야 할 것이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허위전화, 장난전화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전국 112 신고건수 995만여건(일평균 2만7000여건)을 분석해보면 처지 비관이나 하소연 성격의 전화가 3분의 1분에 달한다. 또 최근 5년간 허위신고 7만9731건 중 15.4% 정도만 처벌이 이뤄졌다. 그나마 대부분은 소액의 과태료만 내는 경미한 수준이다. 공항을 폭파시키겠다거나 대전, 천안 사례처럼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되는 경우가 아니면 입건조차 되지 않는다.
솜방망이 처벌, 즉 과태료나 구류가 전부인 경범죄처벌법만으로 허위신고를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은 오래 전에 검증이 끝났다. 심지어 엄벌이 불가능함을 노려 장난전화 방법이 담긴 파일을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한심한 작태가 벌어지는 게 우리 처지다. 그 폐해는 시민과 경찰 모두가 입고 있다. 경찰도 물론 112 신고 대응 강화에 나서야 한다. 약속한 공청 시스템 개선과 매뉴얼 보강, 배치인력 집중 교육 등 할 일이 태산같다.
특히 거짓신고를 엄단하려면 외국처럼 허위신고에 대해 경찰출동 비용을 물리는 방법까지 검토해봐야 한다. 국가 공권력이 허위신고에 녹아내려도 법적 근거 마련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정부와 정치권도 이해할 수 없다. 위치추적 방식의 결함 또한 '수원 사건'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났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너무나 뻔한 법과 제도를 방치하면 대전과 천안에서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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