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불이 난 유성 갑하산의 무속신앙터. [사진=유성구청 제공] |
지난 14일 국립현충원 뒤편 유성 갑하산 화재가 무속신앙의 촛불이 유력한 원인으로 조사됐고 이와같은 무속신앙터가 관내 주요 골짜기마다 산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흑룡의 해이고 21일부터 부정을 타지 않는다는 윤달이 시작돼 무속신앙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점쳐져 지자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19일 찾은 유성 갑하산의 골짜기는 검은 재에 뒤덮인 채 매캐한 그을음내가 진동했다.
어른 몸통만한 소나무들은 밑동 1m가 검게 탔으며 봄철 새싹의 푸르름 대신 낙엽을 불태우고 남긴 검은 찌꺼기가 골짜기 정상까지 덮었다. 검은 재 속에 파묻힌 빈 생수병이 당시의 목 타는 화재상황을 짐작케 했다.
지난 14일 오후 10시 발생한 갑하산 불은 인력 600명이 투입돼 야간 진화를 벌여 다음날 오전 7시 30분에 불길을 잡았지만, 정상까지 갑하산의 한 면 전체를 재로 만들었다.
유성구는 이날 화재가 산 중턱에 있는 무속신앙의 기도터에서 발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에 탄 무속신앙 기도터에는 돌을 쌓아 올린 탑과 초를 받친듯한 접시 그리고 제를 올릴 때 사용했음 직한 잔들이 발견됐다.
또 산속에 부탄가스통 2개와 불을 지피는 아궁이까지 있어 무속신앙 중에 야간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산속에서 촛불을 켜거나 취사행위가 벌어지는 무속신앙터가 지역 골짜기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행정적 관리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중구 산성동의 한 골짜기에서도 비닐로 천막을 치고 무속신앙을 벌이고 있지만, 산불방지를 위한 행정관리는 현장에 닿지 못하는 실정이다.
구 관계자는 “산속 무속신앙이 산불에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대부분 한 곳에서 십수 년을 지켜온 터라 자치구가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며 “광역시 단위에서 이들에 대한 관리대책을 세워줄 것을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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