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
민주당의 패배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선거를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 부재, 공격 대상을 명확히 하지 못한 전략 부재, '반MB' 정서에 기대어 대안 없이 심판 구호만 외친 오만함, 공천과정에서의 잡음과 막말 파문 등이 그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이번 총선 패배의 일차적 책임은 민주당 스스로에게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 설명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유권자는 과연 제대로 그 역할과 책임을 다 했는지 묻고 싶다. 선거가 선택의 과정이라 한다면 정당의 공약과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를 살펴 올바른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의 당선 현황을 지도에 옮겨 놓은 것을 보았다. 한반도의 동쪽이 온통 붉은 색이다. 서쪽의 남부 지역은 노란색이고, 중북부 지역은 붉은 색과 노란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필자의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그 지도를 바라보는 마음이 불편하다. 특정 지역의 이기심이 전체 판세를 결정했고 이것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도 67개 선거구 가운데 새누리당이 63석을 석권하였고, 전라도 30개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이 25석을 차지하였다. 경상도의 경우에는 94%, 전라도의 경우에는 83%에 이른다. 더구나 경상도의 선거구는 전라도에 비해 두 배 이상이다. 그러니 민주당이 다른 지역에서 선전하더라도 전국적 차원에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실제 서울과 경기도에서 민주당은 59석을 얻었고, 새누리당은 37석을 얻는데 그쳤다. 지역감정의 영향이 비교적 덜한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20석 이상을 더 얻었지만 전국적으로는 새누리당에 20석 이상 뒤지는 결과다.
'묻지마 투표'가 이루어지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제외하고 각 정당의 당선자 수를 비교하여 보면 민주당은 78석이고, 새누리당은 64석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의 승리는 경상도에서 지역감정에 편승한 유권자의 선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와 경북, 그리고 울산은 당선자 전원이 새누리당으로서 이쯤 되면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선거를 치를 필요가 있는가 하는 '선거무용론'이 제기될 정도다.
지역감정에 기대어 투표하는 면에서 경상도와 전라도 모두 문제가 있다. 다만 그 내용을 보면 경상도가 더욱 비난받아 마땅하다. 경상도에서 특정 정당의 독점도가 훨씬 높기도 하지만 그 동기 면에서 탐욕적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지역은 박정희 정권 이후 소외지역으로서 자기들끼리 뭉치고자 하는 방어적 성격이 강한 반면에 영남지역은 지금까지 누려온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지배적 성격이 강하다. 지난 50년 동안 DJ를 빼고 모두 경상도 출신이 대통령이 된 것으로도 부족해 아직도 배가 고프단 말인가?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은 자원의 생산과 분배 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반면에 불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면 시장은 비효율적으로 변하고, 시장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주체들이 손실을 입는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우수한 품질의 정치상품(후보자)이 선택될 수 있다. 지역감정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독점적 상황을 유도하는 것이다. 상품의 품질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불량상품이 구매되는 결과를 가져 온다. 치약 하나를 살 때도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여 구매하는 합리적 소비를 하면서 한 번 구입하면 4년이나 사용해야 하고 20억이나 되는 비싼 정치상품을 고를 때는 '묻지마 구매'를 하는 무모함과 비합리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불량상품을 구매한 결과 나타나는 폐해와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들이 정치 엘리트가 되면 국민들의 아픔은 커지고 희망은 멀어지게 된다. 이번 총선 결과를 통해서 유권자의 책임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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