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검정회 한국한문교사 대전연수원에서 정정숙(69ㆍ사진 왼쪽)할머니와 이성숙(70) 할아버지가 한자한문전문지도사 훈장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
평일 낮 대한검정회 한국한문교사 대전연수원(원장 최화복)은 60ㆍ70대 노인들로 가득하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정정숙(69․대전시 서구 용문동)씨는 예순다섯 살에 독학으로 한자공부를 시작해 대한검정회 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금은 지도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못 배운 한으로 서른 살부터 해야지, 마흔 살 되면 할 수 있겠지 미루던 공부를 결국 예순 넘어 시작했다”는 정 씨는 “시어머님 병수발만 아니었으면 대전예지중학교에 입학했을 텐데 종일 환자 곁을 지켜야해 한자교본을 사놓고 무작정 베껴 쓰며 혼자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닷새에 볼펜 한 자루를 다 쓸 만큼 열심히 공부해 4년 만에 4급, 3급, 2급을 차례로 합격한 정 씨는 한자한문전문지도사과정을 배우며 새 삶을 찾았다.
다리가 불편해 자전거를 이용해 연수원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하는 정 씨는 “한문을 공부한다니 주변 사람들이 노래교실에 나가고 여행이나 다니지 웬 공부냐고 말렸는데 지금은 ‘선생님’소리를 듣는다며 다들 부러워한다”며 웃었다.
정 씨는 지역아동센터에서 3년째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한문을 가르치고 있는데 “초등학교도 못 마친 내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꿈만 같다”며 “8월에 훈장 자격증을 따면 작은 서당을 차리는 게 꿈”이라며 즐거워했다.
30년을 군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이성숙(70․대전시 서구 도마동)할아버지는 집에 자신의 호를 딴 ‘석청서당’을 만들어 동네 아이들과 주부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이 씨는 “공부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훈장선생님 소리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자식들에게 기대 무위도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고 사회에 기여해가며 열심히 사는데서 오는 성취감이 훨씬 크다”고 자랑했다.
은퇴 후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노인들은 한문교사연수원에서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방과후 교사로 활동하거나 서당을 차려 훈장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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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교사연수원 최화복 원장은 “한자의 기본이 갖춰졌다면 1년이면 2급과 1급 한문전문지도사 과정을 마칠 수 있어 방과후선생님이 되거나 서당을 열고 싶어하는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다”면서 “한자와 한문교육을 통해 글자 속에 들어있는 지혜까지 배울 수 있어 가정교육은 물론 인성교육까지 가능해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도 막을 수 있다”며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연희 기자ㆍ동영상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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