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의 교육열정… 대전의 이튼스쿨을 꿈꾸다

'삼성맨'의 교육열정… 대전의 이튼스쿨을 꿈꾸다

홍사건 이사장 학교설립 열정… 1999년 '성복고' 인수 성공 한빛고로 교명변경 2000년 '첫 제자'… 시설 등 환경개선

  • 승인 2012-04-18 14:51
  • 신문게재 2012-04-19 11면
  • 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 기자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 기자
[사학(私學) 그 뿌리를 찾아가다] 4. 한빛학원

#'영국의 이튼 스쿨'을 꿈꾸다

▲ 한빛고등학교 전경. 사진=손인중 기자
▲ 한빛고등학교 전경. 사진=손인중 기자

템즈강을 사이에 두고 윈저성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는 이튼 스쿨은 영국에 산재해 있는 450개가 넘는 퍼블릭 스쿨 중에서 가장 유명한 명문사립학교로 손꼽히고 있다. 세계 최고의 대학인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으로의 높은 진학률로도 유명하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장 확실히 지키는 교육기관으로 명성이 더 높다. 워터루 전투를 승리로 이끈 웰링턴 장군과 20명의 영국 총리, 조지 오웰 등의 유명 문호들을 들 수 있다. 고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아들인 윌리엄 왕자도 이튼 스쿨 졸업생이다.

대전 한빛학원이 이런 꿈을 실현시켜 나가 주목 받고 있다. 그 꿈을 어떻게, 왜 꾸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않지만, 학교는 원대한 꿈 중 하나였다. 때가 되면 교육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바쳐 아름다운 학교를 설립하고 교육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새로운 사고로 값진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설립자 홍사건(62ㆍ洪思乾) 이사장. 그는 당진시 송산면 도문리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졸업 후 지역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서울사대부고와 성균관대(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77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제일제당 경리자금부장과 삼성테크원 경영지원실장(임원)에 이르기까지 거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그는 소위 '삼성맨'이다. 시골 '촌놈'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 임원으로 올라섰지만, 그는 줄곧 학교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평생의 꿈을 이루다

▲ 홍사건 이사장이 한빛학원의 건학이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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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사건 이사장이 한빛학원의 건학이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학교'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단어다. 꿈을 놓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1994년 삼성테크원을 끝으로 홍 이사장은 삼성을 떠났다. 새로운 사업도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를 향한 그의 열망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결국, 일을 냈다. 1999년이었다. 열정과 의욕만 갖고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다가 찾아낸 곳이 바로, 당시 '성복고등학교'였다. 1989년 설립된 성복고는 12학급 규모의 작은 학교였다. 사재를 털었다. 그리고 숱한 어려움을 겪으며 학교 인수에 성공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평생 학교 설립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왔던 터라 여러 장애물도 거침없이 넘어 끝내 이뤄냈다. 교명은 대전한빛고등학교(교장 유병헌)다. 2000년부터 그가 세운 학교에서 새로운 제자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첫 걸음, 시련을 겪다

꿈을 이뤘지만, 걱정이 앞섰다. 시련과 고난은 곧바로 닥쳤다. 홍 이사장이 “처음 학교를 접하고, 어떻게 이런 학교가 명맥을 유지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할 정도로 열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과 시설의 노후화였다. 불편한 대중교통과 포장되지 않은 도로,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은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비가 오면 장화가 필요한 진입로, 페인트 대신에 누런 흙먼지로 덮인 교사 본관, 학교는 배수와 급수시설조차 제대로 없었고, 위험하게 걸려 있는 산기슭의 축대와 어수선한 환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학교 내부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낙후된 교실과 황량한 운동장은 학생과 교사가 정상적인 학습활동을 이끌어 나가기에 많은 무리가 있었다. 화장실과 보건 위생시설은 불결해 건강에 많은 위협이 됐다. 교사와 학생들은 언제나 지쳐 있었고, 흥미를 잃어 의욕을 상실하고 있었다.

#언덕 위,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다

안영동에서 금산 방면으로 가다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바로 대전한빛고다. 봄이면 학교는 소나무 등 다양한 나무 숲으로 둘러싸이고, 알록달록 화려한 빛깔의 꽃들이 만발한다. 물론, 오랫동안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에 이뤄낸 결과다. 우선 교사(校舍)의 리모델링과 리뉴어링 작업을 통해 학교의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교사부지 9000㎡ 매입을 시작으로 체육관(새천년미래관)과 특별실(12실) 증축, 교사동 증축, 도서관(꿈우리 도서관), 2012년 교사동 증축(12실)을 완료했다.

인성 확립과 정서함양을 위해 언덕 위의 아름다운 학교, 공원 같은 학교를 만들기로 계획하고, 100년생 소나무 100여 그루를 서산 해미에서 가져와 교사동 전면과 진입로에 정성껏 옮겨 심었다. 철쭉과 잣나무, 느티나무, 목련, 산수유, 영산홍, 지피식물 등도 곳곳에 심어 사시사철 꽃이 피어 있는 머물고 싶은 학교로 탈바꿈시켰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튼 스쿨 중앙에는 마당이 있는데, 한빛고 한 복판에도 천연잔디 운동장이 있다. 학교를 찾은 학생, 학부모, 방문객들은 예쁘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신뢰를 쌓고 변화하다

학교 구성원들과의 융화를 위해서도 많이 노력했다. 학교 구성원 대부분은 재단이 바뀌면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불안해했다.

신뢰가 중요했다.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믿고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홍 이사장은 신뢰 쌓기에 주력했다. 재단 출범 후 5년, 10년의 학교 청사진을 제시해 학교 구성원들이 능동적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했다. 머지않아 결실이 나타났다. 학교의 모습이 차근차근 변화해 나가듯, 학교 구성원의 모습도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지금의 대전한빛고를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대전한빛고는 대학입시와 학교 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기록하고 있다. 인문계 적용지역 학생 선발 이후 3년 동안 서울대와 연ㆍ고대, KAIST, 포항공과대학, 서울 등 명문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많은 학생을 대거 입학시키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해 교과부와 대전교육청으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2000년대 이후 전국에서 처음 사학을 설립한 홍 이사장은 “이튼 스쿨과 같은 글로벌화된 명문 사립고로 만들기 위해 미국, 영국, 중국, 일본 지역 학교와의 교류를 적극 검토중이며 조만간 가시화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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