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영 작가ㆍ대전중구문학회 사무국장 |
동네 공원입구 푸른나무 아래 벤치에서 동네 청소년 몇 명이 기타를 치며 감미롭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기타 선율이 흐르다 잠시 후 조용한 듯 하더니 단아하게 봄옷으로 치장한 여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시를 낭송한다. 아! 그 시는 내가 좋아하는 애송시 김동환(東煥)시인의 '산 너머 남촌에는' 라는 시가 아니던가!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세//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중략)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사는 동네마다 '동네공원'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먼 곳에 있는 문화명소나 유적지만 찾아 다녔지 내 동네 내 공원에 대해서는 등한시 했었다. 또 공원에 있는 가로등과 꽃나무가 잘 자라도록 보살펴 주었는지,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주워봤는지, 공원 광장에 널브러져 있는 생활쓰레기는 얼마나 주워봤는지 말이다. 또 내 동네 내 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 밤하늘에 뜨는 달과 별을 바라보았는지, 주말이나 휴일 가족, 또는 지인끼리 동네공원 잔디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얼마나 피워봤는지 이 물음에 과연 얼마나 손을 들 수 있을까?
눈만 뜨면 만나는 내 동네 내 공원, 집을 오가다 만나는 내 동네 내 공원의'아담한 최적 휴양지'를 우리는 그간 간과하고 고유가 시대 기름값을 없애며 강가로 산으로 몰려 다녔다.
저녁을 먹고 가족끼리 손을 잡고 내 동네 내 공원으로 나와 밤하늘 반짝이는 별을 보며 훈훈한 정을 쌓고, 동네 반상회를 비싼 식당에서 열지 말고 도시락을 가지고 공원잔디에 빙둘러 앉아 회의를 하자. 그리고 연인끼리 만나 푸른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독서를 하고 밀어를 속삭이며, 친구들과 만나 기타를 치고 하모니카를 불며 시낭송을 하는 '아담한 최적의 휴양지'가 바로 내 동내 내 공원이다.
문화시민 200만명을 육박하는 우리나라 중부권 행복도시 대전에는 600여개의 동네공원이 있고, 내가 사는 중구는 56개의 크고 작은 동네공원이 있다. 마침 중구 공원과 이석훈(李錫薰ㆍ지방녹지사무관)과장이 “푸르고 살기 좋은 숲속, 중구마을”을 조성하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고 한다.
동네공원별로 주민 10여명의 자원봉사회를 구성해 매주 1~2회에 걸쳐 공원을 돌며 화단과 나무 살피기, 화장실과 쓰레기 수거 등 환경을 가꾼다고 한다. 푸른 중구 가꿈이 이 과장은 말한다.
“내가 사는 공원이야 말로 주민이 가까이서 쉴 수 있는 지상 최고의 아담한 휴양소 입니다. 공원에서 성장하고 있는 나무에서 내 뿜는 피톤치드(Phytoncide)에는 병원균ㆍ해충ㆍ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성분이 있어요. 우리가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며 살균작용이 이루어져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랍니다. 동네공원의 건강한 숲 속에서 이웃 주민들이 오순도순 사랑방으로 이용하고, 청소년들의 숲 속 야외독서, 각종 유형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면 내 동내 내 공원 가꾸기야말로 가장 안전하고 푸른 영혼의 쉼터가 될 것 입니다.”
문득, 독일의 신낭만파 시인 카를 부세(Carl Busse)의 유명한 시 '산 너머 저 쪽에는'이라는 시가 생각이 난다. 행복이란 파랑새 같은 것이다. 잡힐듯 잡힐듯하여 쫓아가면 멀리멀리 사라져 헤매다가 허망하게 돌아오게 되는 것이 우리 인생이 아닐까? 자세히 보면 행복이란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는 것이다. 지상에서 가장 '아담한 최적의 휴양지'내 동네 내 공원에서 행복한 우리네 천국을 만들어가자. '山 너머 저 멀리/ 행복은 있다고/ 사람들은 말 하기에// 아… / 남들 따라 찾아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돌아 왔다네// 山 너머 저 쪽/ 더욱 더욱 저 멀리// 행복이 있다고/사람들은 말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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