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씨는 “겨울엔 '노스페이스' 브랜드 패딩을 사달라고 졸라 40만원 가까이 지출했다. 때만 되면 비싼 옷이나 신발 등을 사달라고 하는데, 안 사줄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2. 수학여행을 앞둔 유성구의 A 중학교. 이 학교 학생 사이에선 요즘 옷과 신발, 가방 등 이른바, 수학여행 코디법이 유행하고 있다. 바지와 치마, 티셔츠와 잠옷, 신발, 양말, 스타킹, 모자, 액세서리 등에 이르기까지 2박 3일 동안 착용할 패션용품에 대해, '어떤 게 어울린다'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토론이 활발할 정도라는 게 교사의 전언이다.
이 학교 체육교사는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내 딸도 벌써부터 또래 친구들과 외모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엄마에게 자주 얘기한다”고 말했다. '코디네이션'(coordination) 바람이 거세지면서 학부모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래 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기본'으로까지 인식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학생들의 치장 문화가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 역시 왕따 등 학교폭력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갑을 열 수밖에 없고, 관련업계는 이런 심리를 활용한 상술로 배를 불리고 있다.
17일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본격적인 봄이 시작된 3월 중순부터 초ㆍ중ㆍ고교별로 학생들 사이에 봄철 코디 열풍이 불고 있다.
가장 유행하는 건 트레이닝복이다. 겨울 '노페' 브랜드 패딩이 지나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사의 경쟁이 극에 달할 정도다.
한 학부모는 “아디다스 브랜드의 트레이닝복 상의는 1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고, 또 다른 부모는 “K브랜드 옷을 입은 학생이 많아 아들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중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트레이닝복과 신발 등 두 가지만 마련해도 30만원에 육박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오동 패션아일랜드 전문매장 관계자는 “중간 브랜드의 상ㆍ하 트레이닝복은 15만원 선으로, 없어 못 파는 브랜드도 많다”고 말했다.
수학여행을 앞둔 학교일수록 코디 열풍은 심하다.
서구 모 중학교 이모(13) 양은 “첫날엔 트레킹화와 살이 비치는 까만 스타킹, 짧은 바지를 입고, 둘째 날에는 운동화와 청바지, 후드티를 입었다. 반지와 팔찌, 머리띠, 브랜드 모자는 기본”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장성덕(44) 씨는 “다음주 아들이 수학여행을 가는데, 여행용 가방과 트레이닝복을 사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무리했다”고 말했다.
유성고 모 고교 관계자는 “불필요한 낭비도 많고, 유행만 따라가는 건 좋지 않다. 우리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을 갔다 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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