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코디 열풍' 부모는 등골 휜다

  • 사회/교육
  • 교육/시험

학생들 '코디 열풍' 부모는 등골 휜다

교복은 기본… 평상복ㆍ신발ㆍ가방까지 브랜드 '도배' 수학여행 시즌 기승… 학부모 “왕따 우려” 한숨뿐

  • 승인 2012-04-17 18:44
  • 신문게재 2012-04-18 1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1.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민모(46)씨. 민씨 부부는 최근 아들의 거센 요구에 못 이겨 쇼핑몰을 찾았다. 트레이닝복을 사기 위해서다. 요즘 학생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아디다스' 브랜드의 트레이닝복이다. 봄철 입는 옷으로 얇지만 가격이 10만원을 넘을 정도로 비쌌지만, 어쩔 수 없이 샀다.

민씨는 “겨울엔 '노스페이스' 브랜드 패딩을 사달라고 졸라 40만원 가까이 지출했다. 때만 되면 비싼 옷이나 신발 등을 사달라고 하는데, 안 사줄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2. 수학여행을 앞둔 유성구의 A 중학교. 이 학교 학생 사이에선 요즘 옷과 신발, 가방 등 이른바, 수학여행 코디법이 유행하고 있다. 바지와 치마, 티셔츠와 잠옷, 신발, 양말, 스타킹, 모자, 액세서리 등에 이르기까지 2박 3일 동안 착용할 패션용품에 대해, '어떤 게 어울린다'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토론이 활발할 정도라는 게 교사의 전언이다.

이 학교 체육교사는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내 딸도 벌써부터 또래 친구들과 외모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엄마에게 자주 얘기한다”고 말했다. '코디네이션'(coordination) 바람이 거세지면서 학부모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래 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기본'으로까지 인식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학생들의 치장 문화가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 역시 왕따 등 학교폭력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갑을 열 수밖에 없고, 관련업계는 이런 심리를 활용한 상술로 배를 불리고 있다.

17일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본격적인 봄이 시작된 3월 중순부터 초ㆍ중ㆍ고교별로 학생들 사이에 봄철 코디 열풍이 불고 있다.

가장 유행하는 건 트레이닝복이다. 겨울 '노페' 브랜드 패딩이 지나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사의 경쟁이 극에 달할 정도다.

한 학부모는 “아디다스 브랜드의 트레이닝복 상의는 1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고, 또 다른 부모는 “K브랜드 옷을 입은 학생이 많아 아들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중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트레이닝복과 신발 등 두 가지만 마련해도 30만원에 육박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오동 패션아일랜드 전문매장 관계자는 “중간 브랜드의 상ㆍ하 트레이닝복은 15만원 선으로, 없어 못 파는 브랜드도 많다”고 말했다.
수학여행을 앞둔 학교일수록 코디 열풍은 심하다.

서구 모 중학교 이모(13) 양은 “첫날엔 트레킹화와 살이 비치는 까만 스타킹, 짧은 바지를 입고, 둘째 날에는 운동화와 청바지, 후드티를 입었다. 반지와 팔찌, 머리띠, 브랜드 모자는 기본”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장성덕(44) 씨는 “다음주 아들이 수학여행을 가는데, 여행용 가방과 트레이닝복을 사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무리했다”고 말했다.

유성고 모 고교 관계자는 “불필요한 낭비도 많고, 유행만 따라가는 건 좋지 않다. 우리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을 갔다 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