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장ㆍ존중배려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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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만 1만5500여 명이 자살을 했다고 하니 참으로 충격적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크고 많은 상처를 안고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토록 아프게 하고 절망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상처들이란 어떤 것일까?
일제식민지 때부터 해방 후 근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불행한 사건들로 인해 입은 우리 사회의 상처들은 아직도 채 아물지 못하고 그 후유증이 남아있다. 또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를 상처투성이로 만드는 요인들이 참으로 많다. 지도자층의 소통의 부재, 이념논쟁과 대결, 학교 내의 불미스런 사건들, 점점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실업, 가계부채, 이혼의 증가, 사이버 인신공격, 인터넷 중독, 다문화가정의 문제점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조차 없다.
상처가 치유되면 그 체험이 오히려 다른 이들의 상처치유를 위한 약이 될 수 있으나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흉기가 된다. 상처가 많은 사회는 흔히 상처를 주고 대응 보복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것은 사랑으로만 가능하며 그 방편은 존중과 경청, 배려 그리고 나눔이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우리 사회는 총선으로 홍역을 치렀다. 여야 지도부와 후보들은 참신한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상대의 약점ㆍ단점을 들추어내며 인신공격의 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로 이해 우리 사회는 더욱 많은 상처를 입고 혼란스러워졌다.
총선은 끝났다. 이제 우리는 그 결과에 승복하며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화해와 화합의 자세로 서로 상처를 보듬어주며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에 승자의 정신이 요청된다. 인생에서 승패는 어떤 경쟁에서 이기고 지는 결과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 투표결과에서는 이겼지만 선거정신에서 지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선거에서도 지고 정신에서도 지는 후보가 있다. 진정한 승자는 선거에서도, 그 정신에서도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에 졌어도 기꺼이 승복하며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을 때 그는 결코 패자가 아닌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그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량에서부터 시작된다. 배려는 마음에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 간다.
우리 국민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대단한 잠재력과 위대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일치하고 단결하면 시너지를 이루어 무엇이든지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 우리는 상처를 어루만지며 화해ㆍ화합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어낼 수 있다. 그 방법은 상호 존중, 경청 그리고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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